고려에서 조선까지, 조선시대 대표 읍성 낙안읍성
먼저 순천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방계획도시로 대한민국 3대 읍성 중 하나로 사적 제302호로 지정되어 있다. 1,4020m의 성곽과 국가민속문화유산 가옥 9동(‘순천 낙안읍성 들마루집’, ‘순천 낙안읍성 대나무 서까래집’, ‘순천 낙안읍성 뙤창집’ 등), 전라남도 문화유산자료인 ‘임경업장군비각’ 등 13점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290여 동의 초가집에 100여 세대 230여 명의 주민이 사는 마을을 가진 읍성이다. 순천 낙안읍성은 고려후기부터 잦은 왜구의 침입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선 전기에 흙으로 쌓은 성이다. 1397년 태조 6년 때 낙안 출신 양혜공 김빈길 장군이 왜구의 침입에 맞서기 위해 부민을 거느리고 토성을 쌓았고, 『세종실록』 에 의하면 1424년부터 낙안성의 토축성을 잡석으로 개축되었고, 임진왜란 이후 임경업 장군에 의해 석성으로 축성되었다. 동?서?남쪽에는 성안의 큰 도로와 연결되어 있는 문이 있고, 적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 성의 일부분이 성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성안의 마을은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당시 생활풍속과 문화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순천 낙안읍성은 현존하는 읍성 가운데 보존 상태가 좋은 것들 중 하나이며, 조선 전기의 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삼보사찰의 위엄, 국사 배출의 산실 송광사
두 번째 송광사는 삼보사찰(불보, 법보, 승보) 중 하나인 승보사찰로서 신라말 ‘혜린선사’가 길상사라는 절을 지은 것에서 비롯되어, 보조국사 지눌에 의해 대찰(大刹)로 중건된 후 고려부터 조선 초까지 16명의 국사가 배출된 곳이다. 경내에는 16국사의 진영을 봉안한 국보 ‘순천 송광사 국사전’, ‘순천 송광사 화엄경변상도’ 등 4점, 보물 ‘순천 송광사 경질’, ‘순천송광사 금동요령’ 등 27점 등 다수의 중요문화유산과 국사의 부도를 모신 암자가 위치하여 역사적?학술적으로 가치가 크다. 송광(松廣)이라는 이름에는 세 가지 전설이 있다. 첫 번째, 18명의 큰스님들이 나셔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펼 절이라는 뜻이다. 이를 통해 '송'은 '十八(木)+公'을 가리키는 글자로 18명의 큰스님을 뜻하고, '광(廣)'은 불법을 널리 펴는 것을 가리켜서 18명의 큰스님들이 나서 불법을 크게 펼치는 절이라는 전설이 있다. 두 번째로 보조 국사 지눌과 연관된 전설이다. 지눌이 정혜결사를 옮기기 위해 터를 잡으실 때 모후산에서 나무로 깎은 솔개를 날렸더니 지금의 국사전 뒷등에 떨어져 앉았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그 뒷등의 이름을 치락대(솔개가 내려앉은 대)라 불렀으며 이를 토대로 육당 최남선은 송광의 뜻을 솔개라 하여 송광사를 솔갱이(솔개의 사투리)절이라고 불렀다는 전설이 있다. 마지막으로 오래전부터 산에 소나무(솔갱이)가 많아 ‘솔메’라고 불렀고 이것이 유래되어 송광산이라 불렀으며 산 이름이 절 이름으로 바뀌었다는 전설이 있다.

신선이 머문 사찰, 세계유산 선암사
세 번째는 선암사로 신라시대 아도화상의 ‘비로암’ 창건설과 도선국사 창건설을 가진 사찰로, 고려시대 대각국사 의천에 의해 중창되면서 천태종 전파의 중심사찰이 되었다. 경내에는 대각국사의 부도로 추정되는 보물 ‘순천 산암사 대각암 승탑’과 ‘순천 선암사 선각국사 도선 진영’ 등 보물 14점을 비롯하여 다수의 중요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선암사라는 이름은 절 주변에 있는 큰 바위에서 유래한다. 절 서쪽에 있는 10여 자의 큰 돌이 평평해 옛 선인이 바둑을 두는 곳이라 하여 ‘선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또 다른 유래는 조선 숙종 때 호암선사가 선암사 뒤편 봉우리의 배바위에 올라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기를 기원하며 100일 기도를 올렸으나 이루지 못해 지성이 부족함을 한탄하며 몸을 아래로 날렸다고 한다. 이때 한 여인이 코끼리를 타고 천상에서 내려와 선사를 받아 배바위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호암선사는 그 여인이 관세음보살임을 깨닫고 원통전을 지어 관세음보살을 봉안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 사람들이 신선이 내린 곳이라고 하며 선암사로 불렀다고 한다. 조선시대 억압과 전란으로 인한 손상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신앙과 일상적인 종교적 실천의 살아있는 중심으로 남아있는 신성한 장소임을 인정받아 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대흥사와 함께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2018년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순천, 살아 숨 쉬는 역사와 문화의 도시
낙안읍성, 송광사, 선암사 세 곳은 각각 성, 사찰, 마을로서 순천의 오랜 역사와 전통, 정신을 상징한다. 이들 유산을 통해 순천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역사문화 도시로서의 면모를 오늘날까지 이어가고 있다. 순천을 찾는다면 이 세 곳을 통해 과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을 경험해보는 것도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_정세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