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합계출산율 1.0명 목표’, 지난 6월 정부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발표한 저출생 극복 목표다. 역시 원인과 결과에 대한 심도 있는 파악보다는 일단 숫자에 집중하는 코리아답다. 한국의 저출생은 더 이상 말하기도 민망하다. 여기저기서 떠들어대지만 성과없는 정책에 피로감만 가중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 사고는 ‘과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의문을 불러온다.
한국의 10대 자살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8년 5.8명에서 2022년 7.2명으로 크게 늘었지만, 합계출산율 0.1명의 증감에만 떠들썩하다. 방 안에서 은둔하며 우울증을 겪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피상적인 대책들만 논의되고 있다. ‘초등 의대반’과 ‘대치동 호텔살이’로 대표되는 사교육 과열 현상을 ‘킬러 문항’ 배제, ‘10시 셧아웃제’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청소년 범죄 또한 증가하고 있다. ‘촉법 소년’이라는 방패와 ‘솜방망이 처벌’을 모르는 그들이 아니다. 딥페이크 범죄, 마약, 도박에 빠지는 청소년들을 보며 ‘사춘기의 일탈’로 치부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무고한 피해자들은 고통받으며 심할 경우 극단 선택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가 그의 저서 ‘불안 세대’를 통해 경고한 ‘소셜미디어와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한화오션에서는 연이은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했고 부산에서 근무하던 60대 노동자는 폭염 속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쿠팡 물류센터는 27살 직원의 과로사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근로자들이 근무 중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어 사망하는 사건이 빈번한 만큼 근로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쟁에서의 승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한국의 단면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개인의 행복’이 아닌 성과와 성공을 중시하는 문화가 퍼져있어, 모든 연령대가 그 압박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국가의 ‘어떻게든 더 낳게 할’ 정책에서는 조급함만 보인다. 이미 태어난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는 환경에 대한 고민의 부재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국 사회의 저출생 문제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 벤치마킹할 나라가 없다. 오히려 다른 나라들이 한국을 주시하며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저출생은 단순히 출산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단기적인 출산 장려 정책에 머무르기보다, 모든 세대가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더 넓은 관점에서 복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사회 구조와 문화의 전반적인 변화 없이는, 그 어떤 정책도 지속 가능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_한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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