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SCNU POPUP

1/4
닫기
닫기
홈

제목, 이미지, 이미지설명, 내용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2026.09.29) 새로운 언어, 익숙한 감정
작성자 언론사 등록일 2026.09.30

서지민

안녕하세요! 화요일 여러분의 점심시간을 책임지는 라디오 코너,

김은승

<새로운 언어, 익숙한 감정>입니다!

서지민

여러분은 하교 후 다시 찾아갔던 교실에서 왜인지 모를 허전함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요?

김은승

이불에 파묻혀 시끄러운 바깥소리를 들으면서 오히려 안락함을 느꼈던 적은요?

서지민

분명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안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긋나있다는 느낌은 다들 한번쯤은 받으셨을 것 같은데, 과연 어떠실지 궁금하네요.

김은승

느껴본 적 없으면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잘 안 될 것 같고, 느껴본 적 있어도 말로 표현하자니 어려운 이 감정들! 알고 보니 다른 나라 언어들로는 지칭하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요. 지금 그 단어들을 여러분께 소개하려 합니다.

서지민

마음속 깊은 곳에 어렴풋이 남아 있던 막연한 감정들에게 이름을 붙이는 일. 그것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그 감정들을 다시 한번 선명히 기억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거예요.

김은승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을 많이 알게 되면 그만큼 섬세한 감정 표현과 원활한 인간관계도 가능해지실 거고요.

서지민

그럼 바로 이 감정들의 이름을 알아보기 전에, 뜨거운 감자의 '고백' 듣고 오겠습니다.

김은승

가사에 집중해서 들어보시면 '감정 단어? 그런 걸 왜 알아야 하지?' 하셨더라도 '이런 상황을 위해서라도 필요하겠구나'를 느끼실 거예요.


뜨거운 감자 - 고백


김은승

첫 번째로 소개 드릴 단어는 ‘Kenopsia(케놉시아)’입니다. 이 단어를 어떻게 설명드려야 이해가 쉬울까요?

서지민

모두가 한 번쯤은 겪어봤을 만한 상황을 가정해 보는 건 어떨까요?

김은승

좋습니다. 다들 학창 시절에 반에 뭐 하나 빼먹고 와서 다시 돌아간 적 있으시죠?

서지민

아, 많죠 많죠. 특히나 저는 잘 덜렁대는 성격이라 어떤 날은 필통, 어떤 날은 안내장, 또 어떤 날은 우산까지. 맨날 까먹어서 자주 다시 교실로 돌아갔던 것 같아요.

김은승

그러신가요? 저는 자주 까먹지는 않았는데 한 번 까먹을 때마다 신발, 핸드폰 같이 중요한 걸 까먹어서 선택의 여지도 없이 반에 돌아가야 했던 게 기억나요. 그때는 계단 오르는 게 2배는 더 힘들더라고요.

서지민

각자 상황의 디테일은 다르겠지만 어쨌든 다들 한 번쯤은 해본 경험 같습니다.

김은승

네, 그렇죠. 그럼 종례 후 돌아갔던 그 교실의 풍경을 한번 상상해 보실까요?

서지민

음, 창문 밖으로는 햇살이 노랗게 지고 있고 내가 자리로 돌아가는 소리밖에 안 들릴 정도로 조용한 교실이 떠오르네요.

김은승

방금 전까지 친구들과 대화하고 뛰어놀았고, 종례하고 교실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우렁차게 인사하고 나왔는데 한순간에 조용해진 교실이 사뭇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서지민

아무래도 그렇죠. 예시를 보니 이 ‘Kenopsia(케놉시아)’라는 단어가 조용함, 고요함 같은 뜻을 가지고 있나 보네요?

김은승

비슷합니다. 더 정확히 풀이해 보자면 평소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만 그 순간에는 조용하고 텅 비어 있어서 느껴지는 쓸쓸하고 공허한 분위기를 말해요.

서지민

오, 방학 때 텅 빈 운동장이라던가 밤이 깊어 조용한 시내, 문을 닫은 놀이공원 등 다양한 곳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겠네요.

김은승

이 ‘Kenopsia(케놉시아)’를 많은 분들이 느꼈을 것이라고 더욱 확신하는 게요, 저희는 코로나를 겪었잖아요?

서지민

그 시기에는 모두가 외출을 자제하고 사람이 북적거려야 하는 공간도 텅텅 비어 있었죠.

김은승

그러니까요. 그래서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느껴보지 않으셨을까 싶어서 오늘의 서문을 열 첫 단어로 선정했거든요.

서지민

그러면 혹시 이 단어도 유래 같은 것이 있나요?

김은승

당연히 있습니다. 그리스어로 ‘비어 있다’라는 뜻의 ‘ken?s(케노스)’에 ‘본다’라는 뜻을 가진 ‘opsia(옵시어)’가 붙은 말이에요.

서지민

‘본다’라는 뜻의 단어가 붙었다고요? 갑자기 시각과 관련된 뜻이 나오니까 신기하네요.

김은승

그 부분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요, 이 ‘Kenopsia(케놉시아)’가 비어 있음을 보는 감각이기 때문이에요.

서지민

우리말의 ‘쓸쓸하다’라는 단어가 생각이 나는데 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김은승

이 감정은 '쓸쓸하다'보다 더욱 구체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네요. 우리말의 '쓸쓸하다'는 통상적으로 느끼는 상황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이 상황이야!’라고 정의되어 있지는 않잖아요?

서지민

그렇죠. 상황과 상관없이 이별이나 실연처럼 내 감정 상태에 따라서 길을 걷다가도 쓸쓸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요.

김은승

그런데 이 ‘Kenopsia(케놉시아)’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공간인데, 그 공간이 비어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느끼는 감각인 거죠.

서지민

듣고 보니 두 감정의 차이가 확연히 보이긴 하네요. 있어야 할 것이 없으니까 그 부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거겠죠.

김은승

이 단어를 소개하는 영상에서는 ‘사라진 자리가 무게를 가지는 감정’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서지민

사라진 것들도 무게를 가지다니. 재미있는 말이네요.

김은승

네, 그렇죠. 저도 그래서 이 표현이 더 기억에 남았어요.

서지민

지금까지 ‘Kenopsia(케놉시아)’ 살펴보았는데요, 태연의 ‘11:11’ 듣고 두 번째 단어 보러 가보시겠습니다.


태연 - 11:11


김은승

네, 노래 듣고 왔습니다. 두 번째로 살펴볼 단어는 무엇인가요?

서지민

두 번째로 살펴볼 단어는 바로 ‘Chrysalism(크리살리즘)’입니다.

김은승

‘Chrysalism(크리살리즘)’이요? 영어로 번데기가 ‘Chrysalis(크리슬레스)’인데, 그것과 관련이 있나요?

서지민

오, 학창 시절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셨나 봐요. 말씀하신 것처럼 두 단어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김은승

번데기와 관련이 있다면... ‘성장하다’와 비슷한 의미일까요?

서지민

그렇다기보다는 평온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더 정확히는 ‘비바람이 치는 밖의 날씨같이 시끄러운 바깥과는 대조적으로 안전하고 따뜻한 실내에 있을 때 느끼는 포근함과 아늑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은승

아, 그래서 번데기라는 표현을 쓴 거군요?

서지민

그렇죠. 이 단어를 만든 존 케닉은 양수 같은 고요함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김은승

양수같은 고요함이요? 흠... 분명 양수가 고요할 것 같기는 하지만 너무 오래전이라서 잘 기억나진 않네요.

서지민

하하, 그건 아마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요? 매우 아늑한 정도를 말하는 비유적 표현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김은승

이 단어를 들으니 한 가지 경험이 떠오르네요.

서지민

오, 무슨 경험인가요?

김은승

토요일 주말에 약속이 있던 날이었어요. 오후 약속이었는데 아침부터 비가 엄청 쏟아지는 거예요.

서지민

어머, 그러면 약속이 취소됐겠네요? 많이 속상하셨겠어요.

김은승

아니요. 저는 오히려 반대였어요. 그 주간에 한 일이 많았어서 마침 쉬고 싶던 참이었거든요.

서지민

그런 거라면 타이밍이 좋았네요. 쉬고 있는데 창밖 빗소리가 시끄럽진 않던가요?

김은승

약속이 취소될 정도로 비가 많이 왔던 터라 소나기나 이슬비보다는 훨씬 빗소리가 쎄더라고요. 가끔 천둥도 치고, 비가 와서 그런가 차들이 달리는 소리도 더 잘 들리고 경적소리도 자주 울렸던 것 같아요.

서지민

그런데 이 경험을 이 단어를 듣고 떠올리신 걸 보면 그 상황에서 뭔가 아늑함을 느끼셨나 봐요.

김은승

네, 그때 저는 침대에서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거든요. 밖은 소란스럽고 시끄러운데 창문 하나를 두고 제 방은 조용하고 따뜻하니까, 그게 좋더라고요.

서지민

저도 방금 이야기를 듣고 상상을 했는데 오히려 밖의 소란스러움이 침대 속의 아늑함을 더욱 잘 느껴지게 해 준 것 같은데요?

김은승

네 맞아요. 그 순간만큼은 제 침대에 막 하나가 있어서 저를 보호해 주고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안전하게 느껴지고, 또 아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서지민

사실 우리는 평소에 매일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잖아요? 그런 우리에게 가끔씩은 꼭 필요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김은승

그런데 저희 코너 이름이 <새로운 언어, 익숙한 감정>이잖아요? 이 단어는 언뜻 우리말의 ‘아늑함’, ‘평안함’과 비슷한 것 같은데 새로운 언어라고 할 수 있나요?

서지민

그럼요. 이 감정은 또 우리말의 아늑함, 평안함과는 다르답니다. 앞서 이 감정을 설명드릴 때도 말씀드렸듯이 이 ‘Chrysalism(크리살리즘)’은 ‘바깥의 소란스러움’이 반드시 있어야 하거든요.

김은승

아, 바깥의 소란스러움이 있고, 내가 그걸 느낄 수 있지만 지금 당장 내가 있는 공간은 아늑하고 안전할 때 느끼는 감정인 거군요?

서지민

맞아요. 소란이 내 고요의 증거가 되는, 나를 위해 세상이 조금은 소란스러워야 하는, 이기적이지만 솔직한 감정이죠.

김은승

이 단어를 듣는 내내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말이 떠올랐는데요, 이 생각에 딱 어울리는 MC GREE의 ‘Dangerous’ 듣고 오겠습니다. 이 곡의 또 다른 이름이 ‘이불 밖은 위험해’거든요.


MC GREE - Dangerous


김은승

네, 독특하고 귀여운 노래였습니다. 신나게 단어를 소개드리고 노래를 듣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 단어를 소개하는 시간이 왔네요.

서지민

마지막 단어는 바로 ‘Monachopsis(모노콥시스)’입니다.

김은승

2학기가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으니까, 다들 개총, 그러니까 개강총회는 하셨겠죠?

서지민

확실히 하고도 남는 시간이죠. 저는 개학한 주 목요일이 바로 개총이었는걸요.

김은승

좋습니다. 그럼 여러분이 지금부터 개총에 왔다고 상상해 보세요. 여러분의 학년은 1학년이라고 생각해 보시고요.

서지민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자기소개를 합니다. 이름, 나이, MBTI 등등 어색함을 풀기 위해 테이블에 있는 모두가 노력해요.

김은승

노력 덕분인지, 술이 조금 들어가서인지 긴장이 조금씩 풀리고 분위기도 달아오르기 시작합니다.

서지민

선배들도 착하고, 동기들도 친절하고. 모두 좋은 사람들 같아요.

김은승

그런데,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안 맞는 퍼즐 조각을 억지로 끼워 넣은 것처럼 묘하게 그 분위기가 불편합니다.

서지민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고, 얼른 집에 가고 싶어요.

김은승

단순히 낯을 가리고 어색해서가 아닙니다. 상상하기 쉽게 개총으로 상황을 가정하긴 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친한 친구들의 모임에 가도 느껴지는 감각입니다.

서지민

친구들이니까 편하고, 대화도 끊기지 않아요. 서로 농담을 주고받고 내가 이야기를 주도하기도 합니다.

김은승

분명히 즐거운 자리인 게 맞는데 무언가 낯설게 느껴져요. 뭐가 문제지 생각해 보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무언가 그 자리의 주파가 나와 안 맞는 느낌인 거죠.

서지민

자신이 속한 환경이나 세상에 완벽하게 어울리지 못하고 겉돈다는 느낌. 이게 바로 ‘Monachopsis(모노콥시스)’입니다.

김은승

단순히 상황이나 사람이 낯설고 어색한 것을 떠나서 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내 마음 한구석에서 이질감이 들고 소외감이 느껴지는 상황일 때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서지민

이 단어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맥락 없는 소외감’이에요. 누가 왕따시키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갈등이 없는데도 소외감을 느낀다는 거죠.

김은승

저도 이 감정 느껴본 적 있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제일 친한 친구들이랑 만나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나만 분리되어 있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서지민

그러니까요. 왜 느끼는 건지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는데 저도 분명 느껴본 것 같네요.

김은승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이 ‘Monachopsis(모노콥시스)’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서지민

CNBLUE의 ‘외톨이야’ 들으시면서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CNBLUE - 외톨이야


서지민

이렇게 마지막 노래까지 듣고 왔는데요, 너무나도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은승

있어야 할 것이 없을 때 느끼는 허전함 ‘Kenopsia(케놉시아)’, 소란스러운 세상과 분리돼서 느끼는 아늑함 ‘Chrysalism(크리살리즘)’, 아무런 맥락도 없지만 느껴지는 외로움 ‘Monachopsis(모노콥시스)’. 오늘 이렇게 3단어 살펴보았습니다.

서지민

저는 개인적으로 오늘 이 단어들이 많은 분들이 느껴보셨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김은승

그러니까요. 저도 단어들을 소개하면서 3개 다 이미 느껴본 적 있던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아요.

서지민

부디 여러분들께도 고개가 끄덕여지고 공감이 되는 단어들이었길 바랍니다.

김은승

오늘 라디오도 즐겁게 들으셨나요? 저희 <새로운 언어, 익숙한 감정> 코너는 다음에도 여러분의 감정 표현과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는 새롭고 다양한 단어들로 돌아오겠습니다.

서지민

지금까지 AD 이윤영, 기술 김고경, 아나운서 서지민

김은승

김은승이었습니다. 다들 환절기 조심하세요!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