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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즐거운 한가위 보내고 오셨나요?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비가 오더니, 이제는 제법 진짜 가을 품속으로 들어온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공기부터 달라지고 가을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하면, 괜히 운동화 끈 묶고 밖으로 나가 산책이라도 하고 싶어지잖아요?
게다가 '여름엔 너무 덥다'며 미뤄뒀던 운동을 시작하려는 분들, 또 이번 추석 맛있는 음식으로 아주 살짝 늘어난 살을 빼기 위해 ‘달리기 한 번 해볼까?’ 마음먹은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이제 달리기는 잠깐 지나가는 트렌드를 넘어, 우리 라이프스타일 깊숙이 자리 잡은 하나의 문화이자 '일상의 코어'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달리기를 할 때 여러분은 어떤 차림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오늘은 요즘 러너들의 필수 아이템, 바로 ‘러닝 조끼’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패션의 역사부터 최신 트렌드까지 다채롭게 풀어보는 시간! 노래 한 곡 듣고 와서 이야기 시작해 보겠습니다.
Running - 가호
앞서 오프닝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요즘 거리나 공원에 나가보면 옷 위에 조끼를 착 밀착시켜 입고 달리는 분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 '러닝조끼'는 도대체 언제, 누가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까요?
러닝조끼의 시작을 따라 올라가 보면 1980년대 아웃도어 스포츠의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수십 킬로미터, 혹은 100킬로미터 넘는 산길을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과 '트레일 러닝'이라는 극강의 아웃도어 스포츠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피어나기 시작했는데요. 일반 도로와 달리 산속 깊은 곳은 매점이나 수분 보급소가 없기 때문에, 러너가 직접 물과 비상약품을 짊어지고 뛰어야만 했습니다.
문제는 기존의 등산용 백팩이나 힙색을 차고 뛰면, 뛸 때마다 가방이 등 뒤에서 덜컹거리며 어깨나 허리 피부가 다 까진다는 점이었죠. 이 지긋지긋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5년, 미국의 아웃도어 혁신가이자 러너였던 브라이언 맥과이어(Brian McGuire)가 나섰습니다. 그는 세계 최초의 수분 보급용 러닝 브랜드인 ‘얼티메이트 디렉션’을 창립하며 혁신을 일으키는데요.
그는 '가방은 멘다'는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물통과 소지품을 가슴과 갈비뼈에 옷처럼 밀착시켜 입는다'는 발상의 전환을 해냈습니다. 어깨로 짊어지는 대신, 구조대원의 하네스처럼 신축성 있는 원단으로 몸을 감싸 안는 '조끼 형태'로 디자인한 거죠. 그 결과, 아무리 뛰어도 소지품이 흔들리지 않는 감격스러운 착용감을 세상에 선보이게 됩니다.
1985년, 산악 마라토너들의 생존 장비로 세상에 나왔던 러닝 조끼!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도심 속 러너들의 가장 힙한 필수품이 되었네요.
페퍼톤스 - Shine
이렇게 탄생한 러닝조끼를 유심히 살펴보면, 디테일 하나하나에 첨단 스포츠 과학과 실용성이 빽빽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냥 단순한 주머니 달린 조끼가 아니라는 거죠.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신기한 디테일이 바로 가슴 앞쪽에 달린 ‘소프트 플라스크’ 주머니입니다. 말 그대로 말랑말랑한 물통인데요. 예전처럼 딱딱한 플라스틱 물통을 넣고 뛰면, 물이 반쯤 남았을 때 뛸 때마다 ‘찰랑찰랑’ 소리가 온 동네에 울리곤 했습니다. 신경도 쓰이고 뛰는 리듬도 깨지기 일쑤였죠. 그래서 비닐 팩처럼 유연한 소재로 물통을 만든 건데요. 러너가 물을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내부 공기가 함께 빠지면서 물통 부피가 수축합니다. 물이 출렁거릴 공간 자체를 없애버린 거죠! 게다가 물통 입구에는 긴 빨대가 달려 있어서, 달리는 도중에 손을 써서 뚜껑을 열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습니다. 그냥 뛰어가는 상태에서 고개만 살짝 숙여 물을 마실 수 있게 만들어서, 1분 1초를 다투는 마라토너들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준 겁니다.
또 러닝조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곳곳에 달린 주머니들인데요. 등 뒤나 가슴 쪽에는 땀에 젖지 않도록 방수 처리된 지퍼 포켓이 있어서, 스마트폰이나 교통카드를 안심하고 넣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등 뒤 하단에는 뛰어가는 중에도 손을 뒤로 돌려 360도 어디서나 에너지 젤이나 바람막이 자켓을 쓱 꺼내고 다시 집어넣을 수 있는 메쉬 주머니가 구석구석 배치되어 있죠. 그야말로 ‘몸에 입는 만능 맥가이버 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혹시 오늘 방송을 들으시면서 ‘어? 나도 저녁에 공원 뛸 때 스마트폰이랑 차 키 때문에 짜증 났는데, 러닝조끼 하나 사볼까?’ 하고 마음먹은 분들 계실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 실패 없는 구매 꿀팁 딱 두 가지 정리해 드릴게요!
첫째, ‘사이즈 선택의 법칙’입니다. 일반 옷 사실 때는 보통 ‘약간 편하고 여유 있게 사야지’ 하시잖아요? 하지만 러닝조끼는 절대 그렇게 사시면 안 됩니다. 가슴둘레를 딱 죄어주듯이, 마치 '약간 답답한가?' 싶을 정도로 타이트하게 몸에 딱 맞게 사셔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안에 소지품을 넣고 뛸 때 결국 흔들리게 되거든요.
둘째, ‘통기성 확인’입니다. 아무리 가볍다 해도 옷 위에 조끼를 하나 더 입는 것이기 때문에 등판에 땀이 차기 쉽습니다. 따라서 등판 전체가 구멍이 숭숭 뚫린 메쉬 소재로 되어 있는지, 땀 배출이 잘되는 재질인지 꼭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Ready,Get Set, Go - 페퍼톤스
사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도심 공원에서 러닝조끼를 입고 뛰면 주변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습니다. "아니, 동네 한 바퀴 뛰면서 무슨 아시안게임 나가는 사람처럼 유난을 떠나?", "장비병 심하게 걸렸네" 하는 억울한 오해를 받기도 했죠.
하지만 실제로 착용해 본 러너들이 "우와, 휴대폰이랑 물통이 몸에 착 붙어서 안 흔들리니까 달리기가 이렇게 편할 수 없다!" 하면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요.
이제는 러닝조끼를 갖춰 입고 뛰는 모습 자체가 유난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과 라이프스타일을 적극적이고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멋진 사람’ 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건강함을 멋을 추구하는 요즘 트렌드와 정확히 맞아떨어진겁니다.
더 재밌는 현상은 이 러닝조끼가 단순히 운동장과 러닝 트랙을 넘어 일상 패션의 영역으로 걸어 나왔다는 점입니다. 요즘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고프코어(Gorpcore) 룩’이죠. 야외 아웃도어 의류나 기능성 스포츠웨어를 일상복과 자연스럽게 믹스매치해서 입는 스타일인데요.
유명 패션 브랜드나 스트릿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감각적인 컬러와 디자인의 러닝 베스트를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평범한 흰색 무지 티셔츠나 맨투맨 위에 감각적인 러닝조끼 하나만 툭 걸쳐줘도, 아주 세련되고 스포티한 아웃도어 감성이 완성되는 거죠.
그래서 요즘은 꼭 마라톤을 뛰지 않더라도, 가벼운 주말 등산을 가거나, 야외 음악 페스티벌에 갈 때, 혹은 가벼운 여행을 떠날 때 소지품을 넣는 가방 대용이자 레이어드 패션 아이템으로 러닝 조끼를 활용하는 분들이 정말 늘었습니다. 기능성이 패션을 만들고, 패션이 다시 하나의 문화가 된 아주 흥미로운 변화라고 볼 수 있겠네요.
Levitating - Dua Lipa
1985년, 험난한 산길을 달리던 마라토너들의 '생존 장비'에서 시작해 4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의 건강과 일상 패션을 완성해 주는 멋진 아이템이 된 ‘러닝 조끼’ 이야기!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단순한 소지품 가방인 줄로만 알았던 러닝 조끼 하나에도 러너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고민한 첨단 기술과 발상의 전환이 담겨 있다는 게 정말 흥미로웠는데요. 무엇보다 "유난 떠는 장비"라는 오해를 넘어, 이제는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는 멋진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이 되었다는 점이 가장 반갑게 느껴집니다.
거창한 목표나 완벽한 장비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주머니에 휴대폰 하나 쏙 넣고, 그동안 미뤄뒀던 운동화 끈을 매매 묶은 채 문밖을 나서는 그 첫 걸음이야말로 진짜 달리기의 시작일 테니까요.
선선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내 발소리와 숨소리에 온전히 집중하다 보면, 명절 동안 찌푸둥했던 몸과 일상의 스트레스는 어느새 싹 달아나고 기분 좋은 청량함이 가득 차오를 겁니다.
이번 주말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혹은 오롯이 나만의 리듬에 맞춰 가을 품속을 가볍게 한 바퀴 뛰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오늘 들려드리는 마지막 노래 들으시면서, 여러분 모두 완연해진 가을 속에서 건강하고 활기찬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패션의 역사부터 트렌드까지 다채롭게 풀어본 오늘 라디오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아나운서 조나윤, 기술 박광명, AD 장지유 였습니다
감사합니다.
September - Earth, Wind &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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