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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5) 새로운 언어, 익숙한 감정
작성자 언론사 등록일 2026.09.15


서지민

안녕하세요, <새로운 언어, 익숙한 감정>이라는 라디오 코너로

여러분의 화요일 점심을 책임질 서지민,


김은승

김은승 입니다!

벌써 개강하고 2주 차가 지나가고 있는데요, 다들 개강하면서 세웠던

계획들은 잘 지켜나가고 계신가요?


서지민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죠. 저는 이제 이 말이 오히려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어떻게 3일이나 갔을까요? 저의 새학기 결심은 작심삼초 같아요.

김은승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중요한 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생각이 많고 우울해질 때는 기분전환을 위해 산책을 해보시는건 어떤가요? 요즘 날씨가 많이 시원해졌잖아요.


서지민

오, 맞네요. 요즘 확실히 시원해지긴 했죠. 여러분도 오늘 저희 라디오를

들으시면서 캠퍼스 한바퀴 산책해보면 어떠실까요?


김은승

네, 여러분이 산책을 하시는 동안 저희 <새로운 언어, 익숙한 감정>

코너에서는 그 나라에만 있는 생소한 단어들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생소한 단어들이지만 번역한 뜻을 듣고 나면 ‘어? 이거 분명 나도

느껴본 적 있는 감정인데?’하고 단번에 공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서지민

앞으로 나오는 단어들을 잘 기억해 두셨다가 사용하신다면

더욱 풍부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도 가능해지실 거고요.


김은승

그러면 신선한 가을과 어울리는 아이유의 ‘가을 아침’ 듣고 오시면서

오늘의 라디오 시작해 보도록 할까요?



아이유 - 가을 아침


김은승

첫 번째로 소개해 드릴 단어는 아랍어인 Ya'aburnee(야아 부르니)입니다.

아랍어에서는 사랑을 표현하는 말중 유독 극적인 게 많은데요, 오늘 이 단어는 그 중에서도 극단적인 편에 속하는 단어 중 하나라고 합니다.



서지민

직역하자면 ‘당신이 나를 땅에 묻어 주세요.’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보다 자신이 먼저 죽고 싶다는 선언인거죠.



김은승

이 단어를 처음 들으시는 분들은 놀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 듣고 조금 흠칫 했거든요. 자신을 묻어달라니. ‘이게 사랑 고백인가?’ 싶기도 하고요.


서지민

저는 이 감정이 좀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자칫하다가는

집착이 될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


김은승

음, 충분히 그러실 수 있어요. 하지만 이 단어를 천천히 살펴보면

이 단어는 막상 병적인 집착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공포에 가깝죠.


서지민

공포요? 음... 그 사람 없이 사는 삶은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공포에서 나오는 것인가요?


김은승

네 맞아요. 이 상대를 잃었을 때의 아픔과 상실감이 너무 클 것을 알기에

그것이 두려워서 차라리 내가 먼저 죽겠다는 것이죠.


서지민

크게 짖는 강아지일수록 용감한 것이 아니라 겁이 많은 것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이 단어도 비슷한 것 같아요. 표현만 보면 굉장히 극단적이고 강하지만

사실 그 속뜻은 ‘너 없이 못살아’라는 여린 마음이 있는 거니까요.


김은승

그렇죠. 저는 이 Ya'aburnee(야아 부르니)가 평소에 듣는

‘내가 너를 기억할게.’ 라던가 ‘너보다 내가 딱 하루 더 오래 살게.’라는

사랑표현과는 반대되는 말이지만 이 말도 결국 사랑을 나타내고 있다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서지민

듣고보니 정말 그러네요. 사실 저도 이 Ya'aburnee(야아 부르니) 전에

더 익숙한 표현은 내가 상대방보다 오래 살겠다는 말이었던 것 같아요.


김은승

이 표현들을 놓고 보니 갑자기 사랑하는 상대보다 먼저 죽는 것과

나중에 죽는 것, 어떤게 나은건지 생각하게 되네요.


서지민

내가 먼저 떠났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하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냈을 때의 그 아픔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 마음인거죠? 듣다 보니 저도 마음이 좀 무거워 지는 것 같아요.


김은승

그렇다고 해서 또 너무 무거워질거는 아닌 게, 이 단어가 죽음과 관련이

있으니 엄청 진지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아랍권에서는 부모가

아이에게, 연인이 연인에게. 특별히 무거운 맥락이 없이도 자연스러운

애칭처럼 쓰인다고 해요.


서지민

오, 그렇군요. 하긴, 내가 너보다 하루 더 산다고 말하든

Ya'aburnee(야아 부르니)라고 말하든 결국 다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데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그저 이 짧은 인생,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표현하는

인생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김경호 - 금지된 사랑


서지민

저희가 방금 Ya'aburnee(야아 부르니)를 살펴보며 사랑하는 사람보다

먼저 가야할까, 나중에 가야할까 하는 고민이 깊어졌었잖아요? 그런데 방금

듣고 온 김경호의 금지된 사랑에서는 ‘먼 훗날 우리 같은 날에 떠나’라는

가사가 있어서 ‘사실 저게 제일 좋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김은승

그러니까요. 공교롭게도 가사가 그렇게 맞았네요. 두 번째로

저희가 살 볼 단어는 무엇인가요?


서지민

네, 두 번째 단어는 바로 ‘Feresy(페러시)’입니다.


김은승

이 단어는 미국의 작가 ‘존 쾨닉’이 쓴 책에서 등장하는 단어인데요,

옥스퍼드 정식 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는 아니고 작가가 정의한 문학적

신조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지민

중세 영어로 '동반자'를 뜻하는 'Fere(페어)‘와, 정설에서 벗어난 이단을

뜻하는 ’Heresy(헤레시)'를 합쳐 만든 말인데요. 직역하면

'동반자의 이단'이라는 뜻입니다.


김은승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해 보자면 상대방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변해갈 때 느끼는 두려움을 뜻해요.


서지민

상상해 보실까요? 어느 순간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안쓰던 용어들을 쓰면서

말을 하기 시작하고, 새로운 관심사를 가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납니다.


김은승

그 변화가 상대에게 나쁜 게 아니라는 사실은 압니다. 상대가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며 성장하고 있는 것이고, 그건 오히려 축하받고 응원받아야

하는 일이죠.


서지민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와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거죠. 이 사람이 달라지고 있고, 우리 관계의 균형이 미세하게

이동하고 있다는 그 느낌.


김은승

‘Feresy(페러시)’는 바로 점점 기울어져 가는 이 기울기를 표현한 단어입니다.


서지민

상대가 나보다 잘나지는 것 같아 불안해지는 자격지심도 아니고요,

단순히 상대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느끼는 질투도 아닙니다.


김은승

질투는 상대를 누군가에 빼앗길까 두려운 감정을 말하죠. 우리 둘 사이에

다른 누군가가 끼어들까봐, 그게 불안한 거예요.


서지민

그런데 ‘Feresy(페러시)’는 제 3자의 등장을 신경쓰고 있는게 아니에요.

여전히 이 관계에 우리 둘만 있어도 상대가 더 이상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에요.


김은승

관계의 끝이 두려운게 아니라, 관계를 이루고 있는 그 안의 사람이 바뀌는게

두려운거죠. 이름도, 얼굴도, 관계도 같지만 당신이 사랑한 그 사람이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 건지 확신할 수 없을 때 느껴지는 감정인거죠.


서지민

부모가 어느덧 훌쩍 자라버린 아이를 볼 때, 어렸을 때부터 함께하던

친구가 결혼하는 것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김은승

그렇죠. 완전히 같다고 볼수는 없지만 상대가 성장하는데도 왠지 모르게

섭섭한 마음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서지민

너무 성장해버린 상대가 낯설게 느껴질 때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을 계속 사랑하고 그 사람의 성장을 응원하는 일이 아닐까요?



잔나비 - 첫사랑은 안녕히


서지민

네, 오늘의 세 번째 단어는 프랑스어인 ‘Retrouvailles(르트루바이)’입니다.


김은승

프랑스하면 낭만과 사랑의 이미지가 떠오르잖아요? 이 단어도

그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지민

잠시 공항이나 기차역을 상상해 보실까요? 당신은 거기서 아주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상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은승

시간이 되자 문이 열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 순간

당신에게는 그 많은 인파속에 예쁜 사람이 있든, 잘생긴 사람이 있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서지민

오직 당신이 기다려왔던 그 사람만 눈으로 바쁘게 찾고 있는거죠.

김은승

마침내 그 사람을 발견한 순간 당신 눈에는 오직 그 사람만 보입니다.

서지민

당신에게 다가오는 그 사람의 표정, 옷 스타일까지 전부 한눈에 담기고

이 순간 세상이 조금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아요.

김은승

그 사람을 본 당신의 머리는 뛰어가야 할지 아니면 서서 기다려야 할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몸은 이미 그 사람을 향하고 있어요.

서지민

다리는 움직이는데 머리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그 감각. 웃고 있지만

동시에 목 안쪽에서 무언가가 올라오고 있는 그 상태.

김은승

네, 이 ‘Retrouvailles(르트루바이)’라는 단어는 바로

‘오래 떨어져 있던 사람과 다시 만나는 기쁨’을 뜻하는 말입니다.

서지민

이 감정은 매일 보는 사람과의 만남에서는 생기지 않아요. 물론 매일

만나는 사이여도 조금만 안보면 보고싶고, 반가운 관계도 있겠죠.

김은승

하지만 이 단어가 의미하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사람의 ‘부재’가 있어야 합니다.

서지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만든 빈 공간이 있어야 재회의 순간에

그 공간이 한꺼번에 채워지며 감정들이 물밀 듯 몰려오는거죠.

김은승

그 빈공간이 클수록 채워지는 순간의 감각이 더 강해지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계시겠죠?

서지민

어쩌면 사랑이 가장 선명하게 느껴지는 순간은 그 사람과 처음 만났을 때도,

그 사람과 헤어졌을 때도 아닌 그 사람과 다시 만나는 순간이 아닐까요?

김은승

모든 상황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정도는 맞는 말 같아요.

저도 오랫동안 언니를 보지 못하다가 기차역에 만났을 때 신기하게도

이 감정을 느꼈거든요. 정말 그 사람의 표정, 옷 스타일, 메이크업, 모든 것이

다 선명하게 보이고 주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고요.

서지민

그렇죠. 사실 이 감정은 꼭 애인이 아니더라도 가족, 친구들에게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것 같아요. 여러분도 지금 이 이야기를 듣고 떠오른

사람이 있으신가요?

김은승

몸이 멀어져도 마음까지 멀어지지 않는 관계가 있다는 것은

참 축복받은 일이죠. 그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시면서

더윈드의 ‘다시 만나’ 듣고 오시겠습니다.


The Wind - 다시 만나

김은승

네, 노래 듣고 왔습니다. 오늘 살펴본 ‘Ya'aburnee(야아 부르니)’,

‘Feresy(페러시)’,‘Retrouvailles(르트루바이)’ 어떠셨나요?


서지민

저는 오늘 단어들이 어떤 것은 굉장히 직접적이고,

또 어떤 단어는 굉장히 미묘복잡해서 듣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김은승

그러셨나요? 저는 마지막에 보았던 ‘Retrouvailles(르트루바이)’라는 단어와 관련된 경험을 한적이 있어서인지 이 단어가 가장 크게 다가온 것 같아요.

서지민

이 방송을 듣고 계셨던 여러분께는 어떤 단어가 가장 와닿았는지 궁금하네요.


김은승

어떤 단어가 새로우셨든, 어떤 단어가 공감이 되셨든 오늘 이 라디오가

여러분께 즐거운 시간이 되셨다면 저희는 그것만으로도 참 기쁠 것 같습니다.

서지민

너무나도 아쉽지만 <새로운 언어, 익숙한 감정> 코너는

오늘 여기서 마쳐야 할 것 같은데요,

김은승

다음에도 여러분의 인간관계와 감정표현에 도움이 되는 새롭고 다채로운

단어들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AD 이윤영, 기술 박광명,

아나운서 김은승,

서지민

서지민 이었습니다. 다들 안녕~


로키드 - 칵테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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