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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지민 | 안녕하세요, <새로운 언어, 익숙한 감정>이라는 라디오 코너로 여러분의 화요일 점심을 책임질 서지민, |
| | 김은승 | 김은승 입니다! 벌써 개강하고 2주 차가 지나가고 있는데요, 다들 개강하면서 세웠던 계획들은 잘 지켜나가고 계신가요? |
| | 서지민 |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죠. 저는 이제 이 말이 오히려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어떻게 3일이나 갔을까요? 저의 새학기 결심은 작심삼초 같아요. | | 김은승 |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중요한 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생각이 많고 우울해질 때는 기분전환을 위해 산책을 해보시는건 어떤가요? 요즘 날씨가 많이 시원해졌잖아요. |
| | 서지민 | 오, 맞네요. 요즘 확실히 시원해지긴 했죠. 여러분도 오늘 저희 라디오를 들으시면서 캠퍼스 한바퀴 산책해보면 어떠실까요? |
| | 김은승 | 네, 여러분이 산책을 하시는 동안 저희 <새로운 언어, 익숙한 감정> 코너에서는 그 나라에만 있는 생소한 단어들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생소한 단어들이지만 번역한 뜻을 듣고 나면 ‘어? 이거 분명 나도 느껴본 적 있는 감정인데?’하고 단번에 공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
| | 서지민 | 앞으로 나오는 단어들을 잘 기억해 두셨다가 사용하신다면 더욱 풍부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도 가능해지실 거고요. |
| | 김은승 | 그러면 신선한 가을과 어울리는 아이유의 ‘가을 아침’ 듣고 오시면서 오늘의 라디오 시작해 보도록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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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 가을 아침 | 김은승 | 첫 번째로 소개해 드릴 단어는 아랍어인 Ya'aburnee(야아 부르니)입니다. 아랍어에서는 사랑을 표현하는 말중 유독 극적인 게 많은데요, 오늘 이 단어는 그 중에서도 극단적인 편에 속하는 단어 중 하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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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지민 | 직역하자면 ‘당신이 나를 땅에 묻어 주세요.’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보다 자신이 먼저 죽고 싶다는 선언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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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승 | 이 단어를 처음 들으시는 분들은 놀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 듣고 조금 흠칫 했거든요. 자신을 묻어달라니. ‘이게 사랑 고백인가?’ 싶기도 하고요. |
| | 서지민 | 저는 이 감정이 좀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자칫하다가는 집착이 될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 |
| | 김은승 | 음, 충분히 그러실 수 있어요. 하지만 이 단어를 천천히 살펴보면 이 단어는 막상 병적인 집착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공포에 가깝죠. |
| | 서지민 | 공포요? 음... 그 사람 없이 사는 삶은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공포에서 나오는 것인가요? |
| | 김은승 | 네 맞아요. 이 상대를 잃었을 때의 아픔과 상실감이 너무 클 것을 알기에 그것이 두려워서 차라리 내가 먼저 죽겠다는 것이죠. |
| | 서지민 | 크게 짖는 강아지일수록 용감한 것이 아니라 겁이 많은 것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이 단어도 비슷한 것 같아요. 표현만 보면 굉장히 극단적이고 강하지만 사실 그 속뜻은 ‘너 없이 못살아’라는 여린 마음이 있는 거니까요. |
| | 김은승 | 그렇죠. 저는 이 Ya'aburnee(야아 부르니)가 평소에 듣는 ‘내가 너를 기억할게.’ 라던가 ‘너보다 내가 딱 하루 더 오래 살게.’라는 사랑표현과는 반대되는 말이지만 이 말도 결국 사랑을 나타내고 있다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
| | 서지민 | 듣고보니 정말 그러네요. 사실 저도 이 Ya'aburnee(야아 부르니) 전에 더 익숙한 표현은 내가 상대방보다 오래 살겠다는 말이었던 것 같아요. |
| | 김은승 | 이 표현들을 놓고 보니 갑자기 사랑하는 상대보다 먼저 죽는 것과 나중에 죽는 것, 어떤게 나은건지 생각하게 되네요. |
| | 서지민 | 내가 먼저 떠났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하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냈을 때의 그 아픔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 마음인거죠? 듣다 보니 저도 마음이 좀 무거워 지는 것 같아요. |
| | 김은승 | 그렇다고 해서 또 너무 무거워질거는 아닌 게, 이 단어가 죽음과 관련이 있으니 엄청 진지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아랍권에서는 부모가 아이에게, 연인이 연인에게. 특별히 무거운 맥락이 없이도 자연스러운 애칭처럼 쓰인다고 해요. |
| | 서지민 | 오, 그렇군요. 하긴, 내가 너보다 하루 더 산다고 말하든 Ya'aburnee(야아 부르니)라고 말하든 결국 다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데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그저 이 짧은 인생,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표현하는 인생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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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 금지된 사랑 | 서지민 | 저희가 방금 Ya'aburnee(야아 부르니)를 살펴보며 사랑하는 사람보다 먼저 가야할까, 나중에 가야할까 하는 고민이 깊어졌었잖아요? 그런데 방금 듣고 온 김경호의 금지된 사랑에서는 ‘먼 훗날 우리 같은 날에 떠나’라는 가사가 있어서 ‘사실 저게 제일 좋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
| | 김은승 | 그러니까요. 공교롭게도 가사가 그렇게 맞았네요. 두 번째로 저희가 살펴 볼 단어는 무엇인가요? |
| | 서지민 | 네, 두 번째 단어는 바로 ‘Feresy(페러시)’입니다. |
| | 김은승 | 이 단어는 미국의 작가 ‘존 쾨닉’이 쓴 책에서 등장하는 단어인데요, 옥스퍼드 정식 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는 아니고 작가가 정의한 문학적 신조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 | 서지민 | 중세 영어로 '동반자'를 뜻하는 'Fere(페어)‘와, 정설에서 벗어난 이단을 뜻하는 ’Heresy(헤레시)'를 합쳐 만든 말인데요. 직역하면 '동반자의 이단'이라는 뜻입니다. |
| | 김은승 |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해 보자면 상대방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변해갈 때 느끼는 두려움을 뜻해요. |
| | 서지민 | 상상해 보실까요? 어느 순간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안쓰던 용어들을 쓰면서 말을 하기 시작하고, 새로운 관심사를 가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납니다. |
| | 김은승 | 그 변화가 상대에게 나쁜 게 아니라는 사실은 압니다. 상대가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며 성장하고 있는 것이고, 그건 오히려 축하받고 응원받아야 하는 일이죠. |
| | 서지민 |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와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거죠. 이 사람이 달라지고 있고, 우리 관계의 균형이 미세하게 이동하고 있다는 그 느낌. |
| | 김은승 | ‘Feresy(페러시)’는 바로 점점 기울어져 가는 이 기울기를 표현한 단어입니다. |
| | 서지민 | 상대가 나보다 잘나지는 것 같아 불안해지는 자격지심도 아니고요, 단순히 상대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느끼는 질투도 아닙니다. |
| | 김은승 | 질투는 상대를 누군가에 빼앗길까 두려운 감정을 말하죠. 우리 둘 사이에 다른 누군가가 끼어들까봐, 그게 불안한 거예요. |
| | 서지민 | 그런데 ‘Feresy(페러시)’는 제 3자의 등장을 신경쓰고 있는게 아니에요. 여전히 이 관계에 우리 둘만 있어도 상대가 더 이상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에요. |
| | 김은승 | 관계의 끝이 두려운게 아니라, 관계를 이루고 있는 그 안의 사람이 바뀌는게 두려운거죠. 이름도, 얼굴도, 관계도 같지만 당신이 사랑한 그 사람이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 건지 확신할 수 없을 때 느껴지는 감정인거죠. |
| | 서지민 | 부모가 어느덧 훌쩍 자라버린 아이를 볼 때, 어렸을 때부터 함께하던 친구가 결혼하는 것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
| | 김은승 | 그렇죠. 완전히 같다고 볼수는 없지만 상대가 성장하는데도 왠지 모르게 섭섭한 마음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
| | 서지민 | 너무 성장해버린 상대가 낯설게 느껴질 때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을 계속 사랑하고 그 사람의 성장을 응원하는 일이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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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 - 첫사랑은 안녕히 | 서지민 | 네, 오늘의 세 번째 단어는 프랑스어인 ‘Retrouvailles(르트루바이)’입니다. |
| | 김은승 | 프랑스하면 낭만과 사랑의 이미지가 떠오르잖아요? 이 단어도 그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 | 서지민 | 잠시 공항이나 기차역을 상상해 보실까요? 당신은 거기서 아주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상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 김은승 | 시간이 되자 문이 열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 순간 당신에게는 그 많은 인파속에 예쁜 사람이 있든, 잘생긴 사람이 있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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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지민 | 오직 당신이 기다려왔던 그 사람만 눈으로 바쁘게 찾고 있는거죠. | | 김은승 | 마침내 그 사람을 발견한 순간 당신 눈에는 오직 그 사람만 보입니다. | | 서지민 | 당신에게 다가오는 그 사람의 표정, 옷 스타일까지 전부 한눈에 담기고 이 순간 세상이 조금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아요. | | 김은승 | 그 사람을 본 당신의 머리는 뛰어가야 할지 아니면 서서 기다려야 할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몸은 이미 그 사람을 향하고 있어요. | | 서지민 | 다리는 움직이는데 머리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그 감각. 웃고 있지만 동시에 목 안쪽에서 무언가가 올라오고 있는 그 상태. | | 김은승 | 네, 이 ‘Retrouvailles(르트루바이)’라는 단어는 바로 ‘오래 떨어져 있던 사람과 다시 만나는 기쁨’을 뜻하는 말입니다. | | 서지민 | 이 감정은 매일 보는 사람과의 만남에서는 생기지 않아요. 물론 매일 만나는 사이여도 조금만 안보면 보고싶고, 반가운 관계도 있겠죠. | | 김은승 | 하지만 이 단어가 의미하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사람의 ‘부재’가 있어야 합니다. | | 서지민 |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만든 빈 공간이 있어야 재회의 순간에 그 공간이 한꺼번에 채워지며 감정들이 물밀 듯 몰려오는거죠. | | 김은승 | 그 빈공간이 클수록 채워지는 순간의 감각이 더 강해지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계시겠죠? | | 서지민 | 어쩌면 사랑이 가장 선명하게 느껴지는 순간은 그 사람과 처음 만났을 때도, 그 사람과 헤어졌을 때도 아닌 그 사람과 다시 만나는 순간이 아닐까요? | | 김은승 | 모든 상황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정도는 맞는 말 같아요. 저도 오랫동안 언니를 보지 못하다가 기차역에 만났을 때 신기하게도 이 감정을 느꼈거든요. 정말 그 사람의 표정, 옷 스타일, 메이크업, 모든 것이 다 선명하게 보이고 주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고요. | | 서지민 | 그렇죠. 사실 이 감정은 꼭 애인이 아니더라도 가족, 친구들에게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것 같아요. 여러분도 지금 이 이야기를 듣고 떠오른 사람이 있으신가요? | | 김은승 | 몸이 멀어져도 마음까지 멀어지지 않는 관계가 있다는 것은 참 축복받은 일이죠. 그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시면서 더윈드의 ‘다시 만나’ 듣고 오시겠습니다. | The Wind - 다시 만나 | 김은승 | 네, 노래 듣고 왔습니다. 오늘 살펴본 ‘Ya'aburnee(야아 부르니)’, ‘Feresy(페러시)’,‘Retrouvailles(르트루바이)’ 어떠셨나요? |
| | 서지민 | 저는 오늘 단어들이 어떤 것은 굉장히 직접적이고, 또 어떤 단어는 굉장히 미묘복잡해서 듣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
| | 김은승 | 그러셨나요? 저는 마지막에 보았던 ‘Retrouvailles(르트루바이)’라는 단어와 관련된 경험을 한적이 있어서인지 이 단어가 가장 크게 다가온 것 같아요. | | 서지민 | 이 방송을 듣고 계셨던 여러분께는 어떤 단어가 가장 와닿았는지 궁금하네요. |
| | 김은승 | 어떤 단어가 새로우셨든, 어떤 단어가 공감이 되셨든 오늘 이 라디오가 여러분께 즐거운 시간이 되셨다면 저희는 그것만으로도 참 기쁠 것 같습니다. | | 서지민 | 너무나도 아쉽지만 <새로운 언어, 익숙한 감정> 코너는 오늘 여기서 마쳐야 할 것 같은데요, | | 김은승 | 다음에도 여러분의 인간관계와 감정표현에 도움이 되는 새롭고 다채로운 단어들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AD 이윤영, 기술 박광명, 아나운서 김은승, | | 서지민 | 서지민 이었습니다. 다들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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