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SCNU POPUP

1/4
닫기
닫기

제목, 이미지, 이미지설명, 내용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2026.09.14) 패션, 역사부터 트렌드까지
작성자 언론사 등록일 2026.09.14



어느덧 저녁은 제법 쌀쌀해져 겉옷을 들고 다니는 요즘입니다.

푸릇한 나무의 잎사귀들이 바람에 흩날리는걸 보니, 정말 가을이 오고 있구나 싶습니다.

사실 지금 당장 입기엔 낮이 아직 덥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누가 먼저 꺼내입을까하고 눈치싸움을 시작하게 되는 아이템이 있죠.

패션의 역사부터 트렌드까지 다채롭게 풀어보는 시간! 오늘 소개해드릴 패션 아이템은, 바로 트렌치 코트입니다.

본격적인 트렌치 코트 이야기 나누기 전에, 물들어 오는 가을을 반기며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 듣고 오실게요.


가을이 오면 - 이문세


지금은 정말 다양한 색상과 길이의 트렌치코트가 나오지만, 아무래도 우리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클래식한 베이지색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기장. 그리고 옷깃 사이로 살짝 보이는 안감의 체크무늬가 아닐까 싶은데요,

흔히 버버리 코트라고도 많이 불리우는 이 트렌치코트의 고향은 바로 영국입니다.


트렌치코트의 조상을 찾아 올라가면, 비가 자주 오는 영국의 레인코트를 만나게 됩니다.

1823, 스코틀랜드의 한 화학자가 고무를 녹여 옷감에 바르는 방수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는데요.

빗물을 잘 튕겨내는 이 방수 자켓에 가장 먼저 반응했던 건, 악천후와 싸워야 하는 군인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초기 고무 코팅 옷은 땀이 배출되지 않고 너무 무겁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걸 해결하면서 현대 트렌치코트의 틀을 완성한 사람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브랜드의 창립자, ‘토머스 버버리입니다.

버버리는 1879, 가볍고 바람도 잘 통하면서 물을 튕겨내는 혁신적인 원단, ‘개버딘을 개발해냅니다.


그리고 이 개버딘 코트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땅을 파서 만든 습하고 축축한 참호,

즉 영어로 트렌치속 전투에 투입되면서 지금의 트렌치코트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비하인드가 하나 있습니다! 흔히 트렌치코트 하면 버버리를 가장 먼저 떠올리시지만,

사실 영국 패션사에서는 버버리와 아쿠아스큐텀이라는 또 다른 브랜드가 우리가 진짜 원조라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거든요.


가볍고 획기적인 개버딘 원단으로 현대적 트렌치코트의 디자인을 완성한 건 버버리가 맞지만,

버버리보다 먼저 군인들에게 방수 코트를 공급하며 참호 속으로 코트를 들여보낸 역사는 아쿠아스큐텀이 앞서기 때문이죠.


결국 두 브랜드 모두 춥고 축축하고 혹독했던 참호 속에서 군인들을 지켜내기 위해

고민했던 치열한 생존 기술의 유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트렌치 코트의 고향 영국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곡 한 곡 듣고 와서

트렌치 코트의 장식들에 숨겨진 신기한 사실들을 파헤쳐 보실게요.


비틀즈 - I will


트렌치코트를 가만히 살펴보면 이 장식은 왜 있는 걸까?’ 싶은 디테일들이 참 많죠.

어깨에 달린 끈부터 벨트에 매달린 작은 D자 모양의 고리까지

사실 이 무심한 디테일 하나하나가 전부 참호 속 군인들의 목숨을 지켜주던 장치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20년대, 영국 정부는 군용으로 다량 축적되었던 트렌치코트를 시중에 풀기 시작했는데요.

실용성과 멋을 동시에 갖춘 이 코트는 민간인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

이때 민간으로 흘러들어온 트렌치코트의 디테일들을 하나씩 파헤쳐 보면 참 신기합니다.

우선, 허리 벨트에 달린 알파벳 'D'자 모양의 금속 고리! 이건 원래 수류탄이나 칼, 지도 가방, 그리고 통신기 등을 걸어두던 장치였습니다.

또 주로 오른쪽 가슴에 덧대어져 있는 천은 건 플랩이라고 부르는데요. 소총을 어깨에 대고 쏠 때 총의 반동을 줄여주고

옷이 마모되는 걸 막아주는 '총받이 패치'이자, 빗물이 단추 구멍 사이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주는 차수벽 역할이었습니다.


등 위쪽에 날개처럼 덮여 있는 천은 스톰 실드인데요.

비가 내릴 때 빗물이 코트 전체에 스며들지 않고, 망토를 타고 아래로 바로 떨어지도록 만든 일종의 천연 우산이었던 셈이죠.


마지막으로 목 부분의 버클과 고리는 참호 속에 독가스가 침투하거나 강풍, 장대비가 쏟아질 때

목깃을 바짝 세워 얼굴과 방독면을 밀착 보호하던 차단 장치였습니다.


그저 예뻐서 있는 줄로만 알았던 트렌치코트의 요소들이, 알고 보면 전장 속 군인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치밀한 안전장치들에서

유래했다니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이렇게 딱딱했던 군복이 어떻게 오늘날의 멋지고 낭만적인 패션 아이콘이 되었을까요?

그 힌트가 담긴 노래 한 곡 듣고 오겠습니다.


Bertie Higgins - casablanca


춥고 어두운 참호 속 군복이었던 트렌치코트가 오늘날 낭만과 클래식의 상징이 된 데에는, 바로 영화의 힘이 가장 컸습니다.

방금 들려드린 노래는 영화 카사블랑카의 ost였는데요.


1942년 개봉한 고전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배우 험프리 보가트가 깃을 바짝 세우고 트렌치코트를 입은 채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마지막 장면은, 트렌치코트를 고독하고 멋진 남자의 상징으로 각인시켰죠.

여기에 1961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이 빗속에서 트렌치코트를 입고 등장하면서,

트렌치코트는 남성의 전유물을 넘어 여성들에게도 당당하고 우아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해외에 할리우드 영화가 있었다면, 우리나라 대중문화 속에서도 트렌치코트 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바로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레전드 드라마, <야인시대>인데요!


주인공 김두한이 페도라 모자에 길다란 트렌치코트 깃을 날리며 거리를 누비던 모습은 당시 남성들 사이에서 '김두한 룩'이라 불리며

페도라와 코트 조합이 엄청난 유행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트렌치코트는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카리스마 있고 고독한 영웅의 아우라를 완성해 주는 시그니처 아이템이었던 셈이죠.


세월이 흐른 지금의 트렌치코트는 훨씬 더 자유롭고 다채로워졌는데요.

전통적인 연갈색 개버딘 소재뿐만 아니라 시크한 가죽, 데님, 바스락거리는 나일론까지 다양한 소재로 변신했고요.


과거에는 무릎을 넘기는 정핏이 정석이었다면, 최근에는 허리선에서 딱 떨어지는 발랄한 크롭 트렌치재킷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반대로 발목까지 길게 늘어지는 맥시 기장과 어깨 라인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오버사이즈 핏은 특유의

무심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살려주죠.


참호 속 생존을 위한 군복에서, 할리우드의 로맨스를 거쳐, 이제는 누구나 취향껏 골라 입는 가을의 필수품이 된 트렌치코트.

다가오는 이번 가을에는 트렌치코트 깃을 살짝 세우고, 나만의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출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ABBA - The winner takes it all


오늘은 다가오는 가을을 기다리며, 우리 옷장에 빠질 수 없는 가을의 대명사 트렌치코트의 숨은 이야기를 함께 나눠봤습니다.


축축하고 추운 1차 세계대전의 참호 속에서 군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태어났던 옷. 어깨의 견장부터 벨트의 작은 D자 고리 하나까지,

그 무심했던 디테일들이 모두 누군가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치밀한 장치였다는 사실이 참 놀랍고도 아련하게 다가오는데요.


전쟁이라는 차가운 역사에서 출발했지만, 영화 카사블랑카와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거치며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클래식한 옷으로

탈바꿈하고, 오늘날에는 크롭 핏부터 오버사이즈까지 저마다의 개성을 담아내는 옷이 되었다는 게 참 흥미롭지 않나요?


무언들 그러지 않은게 있냐지만은 패션이라는 게 단순히 몸을 가리거나 예쁘게 보이기 위한 수단을 넘어,

시대를 버텨낸 사람들의 역사와 낭만이 겹겹이 쌓여 완성된 하나의 커다란 스토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곧 찬 바람이 불어오면, 옷장 깊숙이 보관해 두었던 코트를 꺼내 입으실 텐데요. 그게 트렌치코트든 야상이든 혹은 나만의 최애 외투든 상관없습니다.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서는 순간만큼은 여러분이 거니는 길거리가 멋진 영화 속 한 장면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패션의 역사부터 트렌드까지 다채롭게 풀어본 오늘 라디오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아나운서 조나윤, 기술 박광명, AD 장지유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portable Groove 09 - Amelie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