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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 난방속에서 살아남기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시험 주간이 시작되며 학생들은 대부분 따뜻한 실내에서 공부 시간을 늘리고 있다. 추운 바깥보다 포근한 강의실·도서관·기숙사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난방기기 사용도 자연스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장시간 가동되는 난방은 단순히 공기를 따뜻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실내 환경과 학습 능력에 여러 영향을 미친다. 지나치게 건조해진 공기, 둔해지는 집중력, 이유 없는 졸음 등은 모두 난방이 만들어 낸 ‘숨은 변수’들이다. 이러한 변화가 왜 생기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시험 기간 효율적인 공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난방으로 창문이 닫힌 실내에서는 사람의 호흡과 난방기 작동 때문에 CO₂ 농도가 빠르게 치솟는다.일반적으로 1,000ppm을 넘으면 머리가 무겁고 집중력이 떨어지는데, 학생들이 가득한 도서관이나 스터디룸은 30분만 창문을 닫아도 1500~2000ppm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정도면 뇌의 정보 처리 속도가 평소보다 최대 20~30%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다. 즉, 졸음은 따뜻함 때문이 아니라 뇌가 산소 부족을 ‘비상 상황’으로 인지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려 하기 때문이다.

난방이 잘 된 공간에 오래 있으면 이유 없이 졸리거나 생각이 더디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현상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다. 뇌는 주변 온도가 23℃ 이상으로 올라가면 체온 유지에 부담을 느끼고, 이를 줄이기 위해 대사 속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반응한다. 특히 사고력과 판단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활동량이 감소하면서 집중력, 문제 해결 능력, 논리적 사고 속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진다. 결국 따뜻한 난방 환경은 우리를 편안하게 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뇌가 스스로를 ‘절전 모드’로 전환하게 만드는 조건인 셈이다.

많은 학생들이 환기를 “차가운 공기를 들여와 실내 온도를 낮추는 행동” 정도로 생각하지만, 가장 핵심은 실내에 쌓인 CO₂를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창문을 단 10분만 활짝 열어도 실내 CO₂ 농도는 빠르게 떨어지고, 그와 동시에 뇌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즉각 증가해 머리가 맑아지는 효과를 느낄 수 있다. 또한 난방기를 완전히 끄지 않더라도, 창문을 조금만 열어 두는 ‘틈 환기’ 만으로도 공기 흐름이 생겨 실내 공기질이 크게 개선된다. 이런 작은 습관 하나가 공부 효율을 눈에 띄게 높여주는 환경적 기반이 된다.

시험 기간의 집중력은 의지뿐 아니라 환경 관리에서부터 시작된다. 난방이 잘 된 공간은 따뜻하고 아늑하지만, 잘못 관리하면 뇌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적절한 온도 유지와 짧은 환기, 그리고 CO₂ 관리만 실천해도 공부 효율이 달라진다. 이번 시험 기간만큼은 따뜻함에 눌리지 말고, 뇌가 가장 잘 작동하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가보자.
-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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