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의 이면, 현실을 마주하다

푸른 바다, 하얀 모래사장, 그리고 늘어선 야자수. 하와이는 전 세계 여행자들이 꿈꾸는 낙원이다. 그러나 그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우리가 쉽게 보지 못하는 냉혹한 현실이 존재한다. 어학연수를 위해 하와이에 머무르며 직접 경험한, 관광지로서의 하와이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서의 하와이를 들여다보았다.

치솟는 물가, 고된 하루 하와이에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현지 물가였다. 마트에서 파는 계란 12개가 9달러, 기본적인 점심 메뉴가 24달러, 500g 닭가슴살은 7달러에 달했다. 관광지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R씨는 월세로 2,880달러를 지불했다. 뉴욕에 이어 미국 내 두 번째로 생활비가 비싼 지역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높은 물가는 그저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 주민들에게 더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광산업이 경제의 주축을 이루면서 호텔, 레스토랑, 쇼핑몰 등이 즐비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 임금은 턱없이 낮다. 실제로 미국 본토에서 100달러는 하와이에서 약 86달러 정도의 구매력을 갖는다. 급등하는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임금, 그것이 하와이 주민들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이다.

*물가가 비싼 탓에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할인하는 음식들을 주로 사먹었다.
투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 하와이에서는 한 가지 일자리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건물 도장 견습생으로 일하는 K씨는 동시에 해군 장교로도 일하며 새벽 2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유동적인 근무를 반복한다. 야간 호텔 데스크에서 일하는 A씨는 밤새 근무를 마친 뒤 곧장 다른 호텔로 출근한다. 수면 시간조차 보장되지 않는 고된 일상이 이어진다.학교 연계 견습생으로 건물 도장을 배우는 K씨는 해군 장교로도 근무한다. 이러한 상황은 한 두명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관광업 중심의 경제 구조 속에서 대부분의 일자리가 서비스직, 비숙련 노동 중심으로 편중되면서 투잡, 심지어 쓰리잡까지 필수적인 생존 수단이 되어버렸다. 낮은 임금과 높은 물가 속에서 많은 이들이 ‘천국의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하와이에서의 삶을 생생하게 알려주었던 현지 친구들과의 대화
끝나지 않는 시위 이러한 부당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하와이에서는 ‘하루 하나의 직업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권리’를 주장하는 시위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와이키키 해변과 대형 쇼핑몰 앞에서 현지 주민들은 확성기를 들고 높은 물가와 낮은 임금 문제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이 시위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삶을 위한 절박한 외침이다. 
*관광객을 위해 즐비하게 늘어선 건물들과 대비되어 현지인들은 건물 청소를 포함한 단순 노동직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관광객들의 낙원 vs. 주민의 생존지 매년 수백만 명의 여행객이 방문하는 하와이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관광지다. 그러나 그들의 소비가 늘어날수록, 현지 주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파라다이스’라는 이미지 뒤에는 높은 물가와 저임금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어학연수를 통해 바라본 하와이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었다. 아름다운 바다와 높은 빌딩이 공존하는 공간인 동시에,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살아 가는 곳이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곳이 누군가의 삶의 터전임을,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주하는 현실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해보는 것은 어떨까
_한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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