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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민주화, 비판지성의 활성화를 요구한다 에 대한 상세정보
대학의 민주화, 비판지성의 활성화를 요구한다
작성자 이지훈
등록일 2019.01.14

대학의 민주화, 비판지성의 활성화를 요구한다

: 총장 선거에 즈음한 순천대학교 어느 대학원생의 소회


순천대학교 교육학과 석사과정 이지훈



오늘날 대학을 묻는다


2018년 한국 사회에서 대학의 자리는 어디인가? 1987년 이후 30년 동안 민주주의는 일터와 학교 안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했고, 민주화가 멈춘 곳곳에 신자유주의의 경쟁과 이윤 논리가 침투해왔다. 2016~17년의 촛불항쟁은 부패한 정권을 권좌에서 몰아냈지만, 그동안 쌓인 우리 사회의 구조적 폐해들을 바꾸는 데 미치지 못했다. 자기만의 높은 성채를 쌓고 있는 대학 사회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1987년 이후 많은 대학에서 대학 민주화 운동을 통해 총장 직선제를 쟁취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각 대학의 재정을 담보로 간선제를 강요하여 대부분의 대학이 간선제로 전환됐다. 부산대만이 총장 직선제를 유지하게 되는데 그 힘은 한 교수의 목숨을 바친 외침 덕분이었다. 올해 겨을에 4년 만에 순천대학교에서 총장 직선제가 부활한 것은 뒤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한편 지역중심국립대학으로서 순천대학교는 그동안 제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 지금 순천에는 환경, 경제 문제들이 산적해있을 뿐만 아니라 세대, 지역 간 등의 갈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순천대학교가 시민들을 위한 공공적인 지성의 장으로 바로 섰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제한된 직선제의 한계


이번 총장 직선제는 대학에 필요한 변화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대학의 사회적 책무와 위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궁극적으로 결정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대학은 어떠한 공간이어야 하는가?’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지금의 총장 직선제에는 커다란 한계가 있다.


첫째, 총장 선거의 이슈가 대학의 학문적 지향이 아니라 대학 경영의 효율성에 머물고 있다. 다른 대학과의 경쟁을 우선시하고,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재원을 잘 조달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인물로 총장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대학은 무엇일까 라는 더욱 중요한 질문들은 감춰져 있다.


둘째, 직선제나 간선제나 대학의 주인을 교수로 본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총장 선출권이 정규직 교수들에게 편중된 지금 같은 방식의 직선제로는 대학 민주화는 요원하다. 교직원과 학부생의 투표는 매우 적게 반영될 뿐이고, 비정규직 교수·연구원 및 대학원생들의 투표권은 깡그리 무시되었다. 총장 선출 후에 대학을 민주적으로 운영할 기구도 부재하다.


고사되고 있는 비판지성


1980년대의 정원확대와 1987년 민주화의 열기 속에서 대학에 자리 잡은 비판적 인문학·사회과학 연구 학풍은 지금 고사 직전의 상황이다. 시대와의 호흡 속에서 사회 문제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이에 실천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연구는 갈수록 드물어지고 있다. 대학의 연구가 기업이나 정부, 지자체, 연구재단의 프로젝트 수주에 크게 의존하면서, 대학의 지식 생산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데 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더군다나 대학은 학문 공동체의 재생산에 처참하게 실패하고 있다. 학문후속세대라고도 불리는 대학원생들은 부족한 장학금, 열악한 연구환경, 권위적인 문화 속에서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경쟁하기, 눈치보기, 줄서기가 행동 규범이 되고, 현실의 벽 앞에 학문적 뜻은 손쉽게 추락하고 만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지성은 이런 부조리 속에서 형성될 수 없다. 안정적이고 협동적인 학업·연구 환경 보장이 절실하다.


대학을 지성의 공간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공간으로 인식한다면, 대학원에 대한 지원은 인색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인문·사회계열은 더욱 그러하다. 이번 총장 선거를 계기로 순천대학교의 사회적 의미를 다시 묻고, 새롭게 선출될 총장의 역할은 무엇인지, 선거제도의 개혁 방안은 무엇인지, 지성의 공간으로서의 대학을 어떻게 회복하고,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공론장을 마련하고 논의할 것을 요청한다. 대학의 민주화와 비판지성의 활성화는 우리 대학의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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