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귀중한 유산은 건축물이나 유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 역시 소중한 국가유산으로 관리되고 있다. '국가유산'이란 보존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며, 이 중 특히 가치가 크다고 인정되어 국가유산청장이 국가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한 것을 '국가지정유산'이라고 한다. 국가지정유산은 국보, 보물과 같은 유형유산부터 사적, 천연기념물, 명승 등의 기념물, 국가무형유산, 국가민속문화유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가운데 '명승(名勝)'은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장소 중 예술적, 관람적 가치가 특히 뛰어나 국가에서 지정하여 보호하는 곳을 일컫는다. 2024년 4월 기준 전국에 135건의 명승이 국가지정유산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전국 각지에 분포한 명승 중에서도 전남 순천에는 특히 자연과 역사, 인문 환경이 조화를 이루며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들이 많다. 이 글에서는 순천의 대표적인 명승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자연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조계산 송광사와 선암사 일원 순천에 자리한 조계산은 해발 889m로 높지 않지만, 소백산맥 줄기의 끝자락에서 깊은 산세를 보여준다. 특히 산 전체가 넓은잎나무로 뒤덮여 있어 사계절 변화가 선명하게 드러나며, 비룡폭포나 감초암폭포 같은 명산의 경관도 갖추고 있다. 선암사 방면으로는 수십 년 된 도토리나무, 동백나무, 단풍나무, 밤나무, 느티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어 계절마다 다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이 산 중턱에는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두 사찰, 송광사와 선암사가 자리하고 있다. 삼보사찰 중 승보사찰로 불리는 송광사는 770년경 처음 세워져 한국전쟁 이전까지 80여 동에 달하는 큰 규모를 자랑했으나, 현재는 50여 동이 남아 있다. 아름다운 조계산의 자연경관과 그 속에 자리한 송광사, 선암사 일원은 울창한 숲과 조화를 이루며 수많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공존하는 특별한 장소이다. 
생명의 보고이자 일몰 명소, 순천만 우리나라 남해안 연안습지 중 단연 대표적인 곳으로 손꼽히는 순천만은 광활한 갯벌에 펼쳐진 갈대밭과 붉게 물드는 칠면초 군락, 그리고 아름다운 S자형 수로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해안 생태 경관을 보여주는 명승이다. 넓은 갯벌에는 다양한 갯지렁이류, 게류, 조개류 등 풍부한 갯벌 생물이 살고 있어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다. 특히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 먹황새,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해 흰목물떼새, 방울새, 개개비, 검은머리물떼새 등 11종의 국제 희귀 조류와 200여 종의 다양한 조류가 이곳을 찾아와 생물학적 중요성을 더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순천만의 장엄한 일몰과 수많은 철새가 무리 지어 날아오르는 광경은 감탄을 자아내며, 이러한 뛰어난 경관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한국관광공사 최우수 경관 감상형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깊은 계곡 속 고즈넉한 아름다움, 순천 초연정 원림 순천 초연정 원림은 '초연정'이라는 정자와 그 주변의 숲, 계곡을 포함하는 명승이다. 초연정은 1836년 조진충이 처음 초가로 지어 옥천 조씨의 제각으로 사용하다가, 그의 아들 조재호가 1864년에 기와지붕으로 중건한 정자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정자가 확 트인 경관을 감상하기 위해 강변이나 구릉에 지어지는 것과 달리, 초연정은 왕대마을 모후산의 깊은 자연계곡 속에 자리한 독특한 사례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숲에 가려 계곡은 보이지 않고 오직 맑은 물소리만 들리는 것이 매우 특이한 경험을 선사한다. 초연정 앞의 모후산 자연계곡은 유량은 많지 않지만 맑은 물과 인적이 드문 환경을 자랑하며, 아름다운 암반과 암벽, 그리고 암벽에 붙어 자라는 개서어나무 등 활엽수들이 어우러져 독특하고 잘 보존된 자연미를 보여준다. 산간 계곡을 활용한 별서(정자나 집을 짓고 자연을 즐기던 곳)로서 전통적인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조경사적 가치가 크며, 주변 자연 경관의 아름다움과 보존 상태가 뛰어나 경관적 가치 또한 큰 명승지이다. 
순천의 명승, 우리가 함께 지켜나갈 유산 지금까지 순천의 대표적인 국가지정유산 '명승'인 조계산 송광사와 선암사 일원, 순천만, 그리고 순천 초연정 원림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세 곳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 오랜 역사와 풍부한 생태적 가치, 그리고 선조들의 삶과 정신이 깃든 소중한 공간이다. 울창한 숲과 고즈넉한 사찰이 어우러진 조계산, 광활한 갯벌과 철새의 보금자리인 순천만, 그리고 깊은 계곡 속에 숨겨진 별서의 아름다움은 각각 독특한 매력을 지니며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이처럼 순천의 명승들은 자연과 인문 환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뛰어난 경관적, 역사적, 생태적,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국가지정유산으로서 이들 명승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중요한 책무이자, 미래 세대에 물려줄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일이다. 순천의 아름다운 명승들을 직접 찾아가 그 가치를 느끼고, 우리 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기회를 가져보시기를 바란다.
_정세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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