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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1) 패션, 역사부터 트렌드까지
작성자 언론사 등록일 2026.09.21


이제는 밤에도 후드티 같이 긴 소매의 옷을 입어도 될 정도로 쌀쌀해진 것 같아요. 한결 시원해진 날씨가 반갑기도 하지만 환절기인 만큼 건강 유의하시길 바라며 패션의 역사부터 트렌드까지! 다채롭게 풀어보는 오늘의 라디오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앞서 언급한 아이템! 후드티입니다. 저희가 흔히 부르는 후드티라는 명칭은 사실 후드와 티셔츠의 합성어인 콩글리시 라는 사실 알만한 분들은 알고 계셨을텐데요. 정식 영어 명칭은 ‘Hoodie(후디)’라고 부릅니다. 후드 형식의 옷은 후드티, 후드집업, 후드가 달린 아우터 등 다양한데요, 현대에 캐주얼 룩으로 자리잡은 후드티, 원래는 추운 환경에서 일하는 작업자들과 운동선수를 위해서 만들어진 옷이었답니다.


후드 자체의 기원은 유럽 중세시대로 현재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지만, 당시 수도승들이 후드 형식의 망토나 판쵸를 즐겨입었다고 전해집니다. 저희가 흔히 떠올리는 지금 후드티의 스타일은 1930년대 그 유명한 챔피온이 최초로 만들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 후디의 한강 듣고 오시겠습니다.


한강 - Hoody


후드티가 만들어지기 전인 1919, 챔피온의 설립자인 에이브 페인블룸과 윌리엄 페인블룸 형제는 챔피온의 전신인 '니커보커 니팅 컴퍼니'를 설립했습니다. 이 기업은 두꺼운 원단을 튼튼하게 재봉하는 기술을 개발했는데요. 이 재봉법을 통해 탄생한 옷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맨투맨'이라 부르는 '스웻셔츠'입니다.

여기에 쉽게 쓰고 벗을 수 있는 모자를 달면서 오늘날의 '후드티'가 탄생했습니다. 추운 겨울에 일하는 노동자들과 야외에서 훈련하는 운동선수들의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보온 기능이 있는 후드를 부착한 것이 시작이었죠. 그래서 초기 후드티는 무엇보다 편안함과 실용성이 최우선이었습니다.

이후 챔피온사는 고등학교들과 협력하여 축구나 육상 선수들이 입을 후드티를 제작했습니다. 그런데 선수들이 이 후드티를 여자친구에게 선물하기 시작하면서 학교 안팎으로 큰 유행이 퍼져나갔고, 이를 계기로 후드티는 단순한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후드티가 대중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976년 개봉한 영화 <록키>였습니다. 필라델피아의 아마추어 복서 록키의 성장기를 다룬 이 영화에서 주인공 록키는 회색 후드티를 입고 등장합니다. 영화가 각종 시상식을 휩쓸고, 회색 후드티를 입은 채 땀 흘리며 훈련하는 록키의 모습이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후드티는 대유행을 맞이합니다.

이후 후드티의 인기를 한층 더 끌어올린 것은 바로 '힙합 Culture'였습니다. 1980년대 들어 랩, 턴테이블리즘, 그래피티, 비보잉이 '힙합'이라는 하나의 문화로 묶이기 시작했는데요. 당시 래퍼와 그래피티 아티스트, 스케이터들이 즐겨 입던 후드티는 '스트리트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주류 패션계에 당당히 진입합니다. 특히 남의 집 담벼락이나 지하철에 몰래 그림을 그리던 그래피티 아티스트들과 빈 수영장, 주차장 등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이들에게 얼굴을 가릴 수 있는 후드티는 사실상 필수품이었습니다.

이어 거친 랩과 반항적인 가사로 젊은 세대의 열광을 이끌어낸 '갱스터 랩' 시대가 열립니다. 스눕 독, 투팍 같은 래퍼들이 미디어를 휩쓸며 힙합의 상업적 성공을 이끌었고, 그들이 즐겨 입던 후드티 역시 새로운 상징성을 띠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갱스터 래퍼들은 후드티를 그토록 즐겨 입었을까요? 초기 갱스터 랩을 하던 이들 중 상당수는 실제 갱단 출신이었고, 그들이 평소 즐겨 입던 옷이 바로 후드티였습니다. 범죄 및 폭력과 가까웠던 갱단들이 자신의 구역을 지키고, 파벌을 구분하는 도구로 후드티를 활용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지금까지 후드티가 탄생하고 대중화된 역사를 살펴봤습니다. 노래 한 곡 듣고 오신 뒤, 다음 이 시간에는 후드티 이면에 숨겨진 조금은 어두운 이야기에 대해 나눠보겠습니다.


Sensual Seduction - Snoop Dogg


하지만 한창 성황을 이루던 후드티에도 암흑기가 찾아옵니다.

CCTV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한 2000년대, 범죄자들이 신원을 가리기 위해 후드티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건데요. 이 때문에 영국의 한 백화점에서는 후드티를 입은 손님의 출입을 금지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심지어 2015년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는 범죄 예방을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후드티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죠.

당연히 일상적으로 후드티를 애용하던 수많은 사람들의 반발이 거세졌습니다.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후드티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허그 어 후디(HUG A HOODIE)’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는 후드티를 입은 청소년들을 무조건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을 것이 아니라, 후드가 타인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적 성향이 강함을 강조하며 편견의 시선을 거두어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2012, 후드티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가져온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17세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이 단지 후드티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총에 맞아 사망한 '트레이본 마틴 사건'입니다.

당시 마트에서 간식과 음료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던 마틴은 후드티를 쓰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마을 자율방범대원 조지 짐머만의 눈에 띄게 됩니다. 짐머만은 그의 옷차림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한 뒤 뒤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이 따라가지 말고 기다리라고 명확히 지시했음에도 짐머만은 추적을 멈추지 않았고, 영문도 모른 채 쫓기던 마틴과 결국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며 소리치던 어린 마틴을 향해 짐머만은 총을 발사했습니다.

더욱 분노를 자극했던 것은 가해자인 짐머만이 사건 직후 바로 석방되었다는 점입니다. 플로리다주의 '정당방위법' 때문이었는데요.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면 총기를 사용할 수 있고, 그 결과 상대가 사망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법조항이 적용된 것입니다. 시민들의 거센 항의로 뒤늦게 짐머만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그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은 미국 전역에 거대한 충격을 안겼고, 분노한 시민들이 후드티를 입고 거리로 나와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는 훗날 대대적인 흑인 인권 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했죠.

단지 후드티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무고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도 대단히 씁쓸하고 믿기 힘든 비극입니다. 현대에 이르러 후드티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만큼, 다시는 옷차림과 외모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희생시키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Always Awake - 빈지노


이처럼 우여곡절이 많았던 후드티를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인물 중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페이스북의 CEO이자 세계적인 자산가, '마크 저커버그'입니다.

"인생에서 불필요한 선택을 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그의 철학은 유명한데요. 실제로 그가 공개한 옷장 사진을 보면 회색 후드티가 여러 벌 똑같이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13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편안한 후드집업 차림으로 등장해 큰 화제가 되었죠. 저커버그의 이런 모습처럼, 오늘날 후드티는 누구나 부담 없이 즐겨 입는 상징적인 패션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보통 후드티라고 하면 편안한 일상복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사회 문화적 맥락에 관심이 깊은 패션 디자이너들은 이 후드티가 가진 입체적인 역사에 주목했습니다. 스트리트 감성과 청년들의 저항 문화를 하이 패션으로 끌어올린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가 후드티를 하이 패션 런웨이에 올리며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요. 거리의 옷이었던 후드티가 고급 패션의 중심에 섰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지 않나요?

이후 발렌시아가, 미우미우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들도 잇따라 런웨이에 후드티를 올렸고, 이제는 구찌, 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에서도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후드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본적인 형태만 존재했던 후드티는 현대에 들어 더욱 다채로운 스타일로 변형되었습니다. 지퍼가 달려 활용도가 높은 '후드 집업'부터 여름에도 시원하게 입는 '반팔 후드티', 그리고 다양한 아우터에 부착된 후드 디자인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죠.

학생들이 교복 위에 레이어드 해서 보온과 스타일을 동시에 챙기기도 하고, 집 앞에 잠시 나갈 때 무심한 듯 가볍게 걸쳐 입기도 하는 후드티. 여러분의 옷장 속에는 어떤 후드티가 걸려 있으신가요?


Homebody - pH-1


오늘은 저와 함께 후드티의 흥미로운 역사부터 씁쓸했던 암흑기, 그리고 하이 패션의 중심에 서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나누어 봤습니다.

체온을 지키기 위한 일터의 옷에서 힙합의 상징으로, 그리고 누구나 사랑하는 데일리룩이 되기까지. 후드티는 단순한 옷을 넘어 시대를 담아내는 하나의 문화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정말 마음 편히 후드티를 꺼내 입기 딱 좋은 계절인데요. 오늘 전해드린 소소한 이야기와 함께, 이번 가을 조금 더 따뜻하고 멋스럽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아나운서 조나윤 기술 한누리 AD김고경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 Ho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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