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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통합특별시 「초광역 통합의료벨트」 발표에 대한 국립순천대학교 기자회견문
존경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민 여러분, 동부권 시민 여러분,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 국립순천대학교 총장 이병운입니다.
저는 오늘, 깊은 실망과 분노를 안고 계신 동부권 시민들과 함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어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초광역 통합의료벨트」 구상을 발표하였습니다. 그 발표는 두 대학이 대학통합과 의과대학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주 앉기 불과 한 시간여 전에 이루어졌습니다. 통합특별시는 발표문에서 “오늘 두 대학이 자율적인 통합 논의를 위해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스스로 밝혔습니다. 협의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협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결론을 제시한 것입니다. 대학의 자율적 협의를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사실상의 지침을 내려 통합을 재촉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통합특별시는 스스로 ‘시민주권정부’를 표방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구상은 대학과도, 동부권 시민과도 단 한 차례의 사전 협의 없이 결정되고 통보되었습니다. 이것이 시민주권정부가 말하는 행정인지 묻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 어제의 발표가 왜 부당한지를 사실에 근거하여 분명히 밝히겠습니다.
첫째, 어제의 발표는 돌발적인 구상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기울어져 있던 불공정의 완성입니다. 지난 7월 2일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는 통합 대학본부와 의과대학, 향후 대학병원까지 목포에 두고 순천에는 대학병원만을 배치하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그 안대로라면 목포는 모든 것을 갖춘 완결형 의료·교육도시가 되고, 순천에는 의과대학 없는 병원과 본부를 잃은 캠퍼스만 남습니다. 대학본부와 의과대학은 예산과 인사, 학사와 연구를 결정하는 대학의 심장입니다. 본부를 잃은 캠퍼스가 어떤 결과를 맞았는지는 여수·밀양·상주 등 여러 국립대학 통합 사례가 이미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국립순천대학교는 교수·직원·학생·동문에 이르는 구성원의 뜻을 모아, 7월 13일 그 제안에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7월 2일의 제안 역시 중립적인 조정안이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한쪽으로 기운 정치적인 안이었습니다. 동부권 시민들이 깊이 분노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제의 발표는 그 편향을 바로잡기는커녕, 순천에 약속했던 대학병원마저 지워 버렸습니다.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인수위)가 순천에 제시했던 대학병원 설립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동부권 시민도, 국립순천대학교도 이처럼 불공정하고 편향된 구상은 결코 수용할 수 없습니다.
둘째, 동·서부권 두 프로젝트를 견주어 보면 그 편향은 명백히 드러납니다. 통합특별시는 “경쟁시키지 않겠다”, “동부권과 서부권의 강점을 각각 살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발표된 두 프로젝트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서부권 메디컬타운」은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메디컬 연구 중심이 되는 지역입니다. 의료인력을 선발하고 길러 정착시키는 순환체계, 의료 R&D 거점, 기술사업화와 창업으로 이어지는 혁신생태계까지 모두 서부권에 집중됩니다. 반면 「동부권 의료혁신타운」에 담긴 순천의료원, 권역모자의료센터, 성가롤로병원, 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은 모두 이미 이 지역에 있는 기관입니다. 신축과 재투자를 말하지만, 본질은 기존 의료기관의 재편입니다. 더욱이 순천의료원은 ‘국립의과대학과 연계한 수련·교육 거점병원’으로 규정되어, 동부권이 사실상 서부권 의과대학의 실습 공간이 된 셈입니다. 발표문은 서부권에 대해서만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실현’이라 적었습니다. 어디를 완결형으로 보는지 스스로 밝힌 것입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은 또 있습니다. 인수위는 동부권이 병상 확충 여력이 있고 의료 수요가 높다는 이유로 대학병원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구상 어디에서도 동부권 대학병원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민형배 시장께서는 통합대학 하나에 의과대학 둘, 대학병원 둘을 공약하셨고, 각 지역 병원 설립에 2천억 원씩 지원하겠다고 밝히신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이번 구상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서부권에 둔다는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동부권에는 이미 있는 기관을 모아 형식을 갖춘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역할 분담이 아니라 서부권 몰아주기입니다.
셋째, 이번 구상은 실행 가능한 계획이 아니라 구색 맞추기식 청사진에 불과합니다. 재원조달 계획도, 단계별 로드맵도, 구체적인 지원방안도 전혀 없습니다. 통합특별시는 ‘초광역’,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혁신생태계’와 같은 표현을 앞세웠을 뿐, 이를 현실로 옮길 실행계획은 어디에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재원 조달 계획이 없습니다. 두 프로젝트에 각각 얼마가 들고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단 하나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단계별 로드맵도 없습니다. 의과대학 설립 인가와 정원 배정이라는 정부 절차, 부지확보, 착공과 개원에 이르는 일정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언제, 어떤 절차를 거쳐, 무엇을 확정하겠다는 구체성이 없다면 그것은 계획이 아니라 선언에 불과합니다. 타당성 검증 결과도 공개된 바 없습니다. 인구와 의료 수요, 병상 수급·확충 여력과 재정 여건을 객관적으로 따진 사전 타당성조사 결과가 있다면 지금 공개해야 합니다. 의료인력 확보 방안 또한 빠져 있습니다. 교수진과 임상교원, 전공의를 어떻게 확보하고 지역에 정착시킬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없다면, 서부권 메디컬타운조차 실현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구체성이 없는 청사진은 책임질 필요가 없는 약속입니다. 통합특별시가 진정으로 지역 의료체계를 발전시킬 뜻이 있다면, 총사업비와 재원 조달 계획, 단계별 일정, 타당성 검증 결과, 인력 확보 방안을 지금 시민 앞에 제시해야 합니다.
넷째, 의과대학 설립은 지방정부의 권한이 아닙니다. 의과대학 신설과 정원 배정은 법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정부가 확정하는 고유 권한입니다. 지방정부는 특정 지역에 의과대학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할 권한도, 그 발표에 책임질 수단도 없습니다. 권한도 없이 발표하고 책임도 지지 않는 구상으로 지역의 백년대계를 재단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제가 처음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국립목포대학교 총장께서는 지난 3월 24일 기자회견에서, 의과대학 설립은 특별시장의 권한이 아니라 정부의 권한이며, 정치인이 특정 지역을 의과대학 소재지로 지정하는 것은 결코 온당하지 않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그때는 온당하지 않던 일이, 그 배치가 서부권에 유리해진 지금은 어떻게 온당한 일이 되었습니까. 분명히 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섯째, 자율적 합의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시한과 지원으로 압박하였습니다. 7월 2일 제안서에는 대학 통합이 무산되어 각 대학이 단독으로 공모에 나설 경우 통합특별시의 행·재정적 지원이 불가하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사안을 두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지원을 거두겠다고 미리 밝힌 것입니다. 이것은 합의의 요청이 아니라 굴복의 요구입니다. 합의 시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통합특별시는 7월 말까지 통합이 이뤄져야 하며 정부로부터 그러한 통보를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학은 중앙정부로부터 어떠한 일정도 통보받은 바 없습니다. 교육부 역시 얼마 전 설명자료를 통해 대학 간 통합은 자율적 합의 사항이며 신설 지역도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두 설명 가운데 하나는 사실과 다릅니다. 어느 쪽이 사실입니까. 근거가 있다면 지금 공개하시고, 없다면 그 책임을 분명히 지셔야 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립니다. 저는 며칠 전 통합특별시 인수위 관계자로부터 순천지역 대학병원 설치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대학통합을 하라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제 공개된 구상은 그와 전혀 달랐습니다. 통합의 당사자인 대학의 총장조차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었는데, 동부권 시민들께서는 무엇을 근거로 통합특별시의 행정을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여섯째, 이 문제의 본질은 대학 간 다툼이 아니라 뿌리 깊은 동부권 소외입니다. 전남도청과 도교육청, 전남경찰청을 비롯한 주요 공공기관이 서부권으로 옮겨 간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4년제 대학도 서부권에 집중된 가운데, 동부권 유일의 거점대학인 국립순천대학교마저 본부를 목포에 내주면, 80만 동부권에는 본부를 둔 4년제 대학이 하나도 남지 않습니다. 국가 AI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대규모 반도체·모빌리티·재생에너지 투자까지 사실상 서부권에 집중될 예정입니다. 행정과 고등교육, 미래산업에 이어 의료까지 서부권으로 쏠린다면, 동부권에 남는 것은 본부 없는 캠퍼스뿐일 것입니다. 여수·순천·광양을 중심으로 한 동부권은 대규모 국가산업단지와 항만을 품은, 전남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남해안의 핵심 산업·생활권입니다. 산업현장의 중대재해와 중증·응급질환에 대응할 상급 의료기반이 가장 절실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동부권 시민들이 의과대학을 바라는 이유입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의 본질은 두 대학의 이견이 아닙니다. 20년 넘게 쌓여 온 정치적 동부권 소외이며, 그 위에서 지역의 분열을 키워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시도입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의 화합·상생은 이재명 대통령께서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내건 원칙입니다. 그러나 민형배 시장께서 이번에 보여주신 행보는 그 원칙을 정면으로 역행한 것입니다. 하나로 모으라는 시대의 요구 앞에서 오히려 지역을 편 가르는 결정을 내리셨기 때문입니다.
민형배 시장께 요구합니다.
지역을 편 가르는 갈등 조장 행위를 즉각 중단하십시오.
동부권 시민의 생명권과 의료권은 협상과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권입니다. 동부권 시민은 20년을 참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그 인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마십시오. 이는 국립순천대학교만의 주장이 아닙니다. 지난 일요일 순천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통합시의원과 순천시의원이 한자리에 모여 뜻을 밝혔고, 동부권 시민단체와 지방의회의 입장 표명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동부권은 이미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에 국립순천대학교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촉구합니다.
첫째,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대학과 지역사회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초광역 통합의료벨트」 구상을 즉각 철회하고, 대학과 동부권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공정한 협의 절차를 새로 마련하십시오.
둘째, 통합특별시는 이번 구상의 재원 조달 계획과 단계별 로드맵, 의료인력 확보 방안을 포함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공개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타당성 검증 결과를 함께 밝히십시오.
셋째,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의 소재지는 정치적 구상이 아니라 인구 규모와 의료 접근성, 응급·중증의료 수요, 재정 타당성 등 객관적 기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합니다. 국립순천대학교는 그 검증을 요구하며, 결과는 존중하겠습니다.
넷째, 통합특별시는 ‘7월 말 통합 시한’이 정부의 공식 통보에 근거한 것인지 그 근거를 공개하고, 행·재정적 지원을 앞세워 대학의 자율적 판단을 압박하는 일을 즉시 중단하십시오.
다섯째, 통합특별시는 이번 구상이 어떤 근거와 절차를 거쳐 마련되었는지 그 전 과정을 시민 앞에 투명하게 밝히십시오.
여섯째, 정부는 이 사안을 지역 간 갈등으로 방치하지 말고, 국가균형발전과 의료취약지 해소라는 원칙 위에서 책임 있는 방침을 조속히 제시하십시오. 이를 지방정부의 다툼으로 여겨 방관한다면 정부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하나로 모으자며 통합과 상생을 내걸고 지역균형 발전을 기치로 출범한 특별시가, 그 첫 번째 큰 결정으로 지역을 편 가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특별시의 출범 정신은 어디에서 찾아야 합니까. 국립순천대학교는 전남 의과대학 설립 그 자체에 반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저희가 요구해 온 것은 오직 하나, 그 결정이 공정한 절차와 객관적 기준, 그리고 실현가능한 계획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근거도 일정도 없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결정은 지금은 빨라 보일지 몰라도, 끝내 지역의 분열을 낳고 훗날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국립순천대학교는 대화의 문을 닫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불공정을 전제로 한 대화에는 결코 응하지 않겠습니다. 동부권 시민의 생명권과 의료권을 뒷전으로 미루는 어떠한 결정에도 결코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진정한 화합은 어느 한쪽의 희생이 아니라 모든 지역이 공정하게 존중받을 때 가능합니다. 동부권은 더 이상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변방이 아닙니다. 동부권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일 때, 정부도 통합특별시도 이를 외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6. 7. 28. 국립순천대학교 총장 이 병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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