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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의 순간을 만드는 것들: 학위수여식과 학위복

매년 학기가 끝나갈 무렵, 캠퍼스에는 조금 다른 공기가 흐른다. 강의실을 오가던 발걸음 대신 학위복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고, 곳곳에서는 졸업사진을 남기는 풍경이 펼쳐진다. 학위수여식은 이렇게 한 학기의 끝이 아니라, 한 시절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흔히 졸업식이라 부르는 학위수여식은 대학이 학생에게 학위를 수여하며 그동안의 학업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자리이자,학생이 학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한 단계를 마무리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대학의 전통 속에서 형성돼 왔다.

학위수여식의 기원은 12세기 유럽의 중세 대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생들은 성직자들이 입던 긴 가운을 일상적인 복장으로 착용했으며, 이것이 오늘날 학위복의 시초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학위복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08년, 미국 선교부가 운영하던 제중원 의학교 제1회 졸업식이었다.

이후 1945년 광복을 거치며 대학 교육이 본격적으로 확대되었고, 학위수여식 역시 대학 교육의 중요한 과정으로 정착했다. 광복 직후 학위수여식은 대통령 등 주요 인사가 참석하는 국가적 행사에 가까웠으나, 시간이 흐르며 대학 중심의 행사로 점차 변화해 왔다.

학위수여식과 함께 익숙해진 여러 장면들 역시 이러한 역사 속에서 만들어졌다.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하늘로 던지는 풍경은 1912년 미국 해군사관학교에서 시작된 전통이 전 세계로 퍼지며 자리 잡은 문화다. 오늘날에는 하나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졸업식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학위복은 유럽 중세 성직자 복장에서 비롯된 만큼, 지식과 학문의 권위를 상징하는 옷으로 여겨져 왔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대학이 비슷한 형태의 학위복을 유지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부 대학들이 학교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학위복을 도입하며, 졸업식을 단순한 의례를 넘어 대학 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다.

같은 학위복을 입고 같은 절차를 거치지만, 졸업생 각자가 지나온 시간은 모두 다르며 그 서로 다른 시간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졸업식 속에서도, 학위수여식과 학위복은 대학의 시간과 졸업생의 기억을 함께 남기고 있다. 끝으로, 곧 학위수여식이라는 이름의 경계를 넘어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될 청춘들에게, 그동안의 시간에 대한 박수와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조용한 응원을 전한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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