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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촛불, 광화문 그리고 프로포폴에 대한 상세정보
[10면] 촛불, 광화문 그리고 프로포폴
작성자 언론사 등록일 2023.08.09

우리 사회는 진보하고 있는가?

지난 26일 광화문에는 150만의 국민이 모여 촛불을밝혔다. 유사 이래 최대의 평화적 시위는 전 세계에 경이로운 감동의 소식을 전했다. 150만의 시위인파가 모였음에도 단 한 명의 연행자도 없었으며 폭력사태가발발하지도 않았고, 다음날 아침이 되자 광장은 청소나 한 듯이 깨끗하게 치워졌다.26일은 첫눈과 함께 진눈깨비가 내리고 날씨가 추워주최측조차 시위 참가자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 예상한터였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후로 들어서면서부터 우산을 든 국민들이 가족과 함께혹은 친구나 동료들과 함께 속속들이 모여들기 시작했. 저마다의 손엔 촛불이 하나씩 들려져 있었다. 가끔극우나 극좌의 몇몇이 거친 구호를 외쳤지만 국민들은잠시 눈길을 주었을 뿐, 도저하게 흐르는 촛불의 강물에 하나가 되어 우렁차게 함성을 질러댔다.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얼굴을 들이미는 정치인들의 모습도 이 도도한 흐름 앞에선 초라하기 짝이 없는 조연에 지나지 않았다. 만약 그런 일은 일어날 수도 없겠지만, 계엄령이 내려 군대가 진압의 명령을 받았다 도 이런 국민의 평화적이고 뜨거운 촛불 앞에선 무기를 내려놓고 되려 촛불을 들 것이란 확신마저 드는 순간이었다.그토록 우리 국민은 달라져 있었다. 군사독재의 수십년에 저항하며 민중의 힘으로 항복의 선언을 받아내고선거에 의한 정권 이양의 십 년을 경험한 국민의 힘이었다.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성숙도는가슴이 벅차오르도록 감동적인 수준이었다. 촛불시위는 우리 국민의 수준을 전 세계에 뜨겁게 알려준 진보된 차원의 시민혁명이었다.


국민은 왜 분노하는가?

이처럼 성숙한 정치의식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이 왜 이리 분노했는가? 그것은 대통령의 무능력과 무책임 때문이다. 대통령을 꼭두각시처럼 부린 최순실의 저열함은 국민들의 치를 떨게 했다.돈과 권력으로 평범한 시민들이 지켜온 법과 질서를유린하고 묵묵히 자기 일에 땀을 흘려온 국민들의 자존심을 무참하게 훼손했다. 일반시민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입시부정부터, 경제인에 대한 협박과, ·차관과 고위직에 대한 인사전횡, 국정 전반을 농단한 최순실 일가의 교만함은 국가의 체면을 쓰레기처럼 만들고말았다. 남자 접대부가 술을 따르며 시중을 드는 호스트바를 드나들며, 사이비종교를 앞세워 사람을 현혹하는 수준의 저급한 측근. 설마설마하던 사실들이 하나둘 현실로 드러나자 국민들은 경악하고 말았다. 이제세상에 떠도는 대통령에 대한 소문을 아니라고 부인만할 수도 없는 딱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소문이며, 그보다도 더 끔찍한 소문들에 이제 국민들은 진저리가 나고 있다.대통령과 최순실의 저급함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국가를 대표하고 그 대표성을 존중받을 만한 지도력은 이미 국민들의 기본적인 수준보다 아주 많이 떨어진 저열하고 한심한 정도라는 것이 드러나고 말았다.그런배신감과 분노를 국민들은 안으로 삭이며 조용히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자 모인 것이다.


꼼수 정치전략은 거두어 주시길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벌어지자 세 번의 꼼수를 부려 국면을 전환시키고자 시도했다. 첫 번째는 개헌을 들고 나와 국민의 관심을 돌려보려 한 것이고,두 번째는 일방적으로 김병준 총리를 지명하여 사태를 뒤집어보려 한 것이다. 세 번째는 이번 3차 담화문을 통해 국회의 결정에 거취를 정하겠다고 공을 떠넘긴 것이다. 여와 야로 갈리고, 비박과 친박이 갈리고,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서로의 당리당략으로 혼란에 빠질 것을 예측한 꼼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은 정확한 퇴진의 일정을 제시했어야만 했다. 혼란을 야기시키고 말의진정성을 믿기 어렵게 거듭된 거짓해명으로 국민들은참을성의 한계를 드러낼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것은지극히 위험하고 우려할 만한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더 이상 국민의 참을성을 시험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는 신속히 하야일정을 제시하라

그렇다고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회는 다른 무엇보다 우선 하야일정을 제시하라. 여당이건 야당이건차기대권에 대한 속셈으로 조그만 이익을 생각하지 말,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라.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선언한 만큼 국회가 내놓은 하야일정을 거부하진못할 것이다. 하야의 시기를 못 박은 다음 총리와 내각을 수립하고 대선 일정을 합의하여 시행하라. 대통령의 빠른 하야만이 혼란을 수습할 수 있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것이 제일 시급한 일이다.저급한 대통령과 수준 낮은 정당보다 훨씬 현명하고지혜로운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이 상황을 바라보고있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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