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좀 더 진하게 “사랑해”라는 말을 자제하게 된게 말이다. 이별에 데인 후였는지, 인간관계보다는 술한 잔에 위로받는 게 편해서인지 그 망설임의 계기를정확히 표현할 수 없다. 그저 감정 앞에 벌거벗겨질‘나’를 들키지 않고자 한 번 내뱉으면 돌이킬 수 없는말이 가진 힘이 두려워 메마른 채 살아가기로 다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간과하고 말았다. 말보다 더 강력하고 사람을 현혹시키는 ‘무엇인가’를 무시하고 있었다. 바보같이 나도 모르는 새, 텅비워졌던 감정의 폭포에 물을 채워 넣으면서.그 존재는 바로 ‘거짓말’이다. 망각, 착시 등 진실과거리가 먼 거짓은 생각보다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일상에 함께한다. 그렇게 개개인의 일상이 합쳐진 사회에는 속이는 자와 속는 자가 존재하는데, 여기서 나는 둘 다이다. 마주하기에 불편한 진실을 감추기 위해 꽤 그럴듯한, 멋들어진 말로 내 자신과 타인을 속인다. 예를 들면, 나는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외면하며 부족한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그리고 어리석게도 ‘사랑’의 꼬임에 넘어간다. 사랑은 그 끝을 쉬이 알 수 없는 탓에 한없이 불안정한 감정이다. 혹여나 관계의 끝에서 내가 피해자가 될까봐, 있지도 않은 일을 제멋대로 상상해 지레짐작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 두려움의 깊이만큼 미친듯이 달콤하다. 어여쁜 꽃에 본능적으로 내려앉는 벌처럼 어느새 상대방의 미소에 잠식된다. ‘사랑’이라고하는 매개체를 공유한 관계는 가족이든 연인이든 그대상을 향하여 감정이 변함없기를 약속한다. 어느새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사랑하는 행위가 되어버린다.나는 ‘사랑한다’는 거짓말이 결코 해롭다고 보지 않는다. 누군가의 눈동자 속에 비치는 나를 보며 하루를힘겹게 견디기보다 능동적으로 살아가게 하고, 점점닮아가는 서로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이것이 사랑이 주는 마약일 것이다. 속아서 오히려더 좋다. 그래서 나는 거짓말의 범주에 사랑이 속한다고 생각한다.흔히 우리는 믿기 힘들 만큼 감정이 북받치는 순간에 ‘거짓말처럼’이란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거짓말처럼 아름다웠다’, ‘거짓말처럼 어여쁘다’ 등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하기 힘들 때 말이다. 언젠가는 꼭 전하고 싶다. “거짓말처럼 사랑합니다.” 바로 당신에게.
_김가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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