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처(逃避處): 도망하여 몸을 피하는 곳] 도피처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이다. 어딘지 모르게 굉장히 부정적이다. 실제 이 단어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비열한, 소심한”이 뜬다.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도피는, 해선 안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인가. 앞만 보고 나아가는 사회 속, 잠깐 멈춰 서는 것조차 부담이 되어버린 현실이 씁쓸하다. 내게는 일상의 도피처가 있다. 바로 서점이다. 대형 서점도 좋지만 작은 독립서점을 더 선호한다. 주인장의 취향이 묻어나는 인테리어와 베스트셀러로 주목받지 않더라도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서 숨 쉬고 있는 책들로 가득 찬 책장을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포근해진다. 그때의 느낌을 떠올리며, 어느 순간부터 낯선 지역을 여행할 때마다 서점을 찾게 되었다. 첫 해외 여행지인 일본에서도, 개인적 업무로 다녀온 서울에서도, 내 여행의 일정은 서점으로 시작해서 서점으로 끝났다. 낯선 여행지뿐만 아니라, 일상 속의 스트레스가 극심해질 때마다 집에서 멀지 않은 서점을 찾아 마음을 달랜다. 수많은 공간 중에서 내가 서점에특히 끌리는 이유는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를 좋아하기보다는 서점 자체의 고요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내감성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당신에게도 도피처가 있는가. 누군가에겐 pc방이 될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는 거창함은 필요 없다. 공간의 공기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일상 속 가까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도피처로서의 자격은 이미 충분하다. 임경선 작가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카페라는 공간을 불필요한 마음의 짐을 덜고, 머릿속을 비워내고,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새로움을 힘을 얻어가는 곳’ 이라 정의했다. 치열하고 경쟁적인 현실 속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도피처는 절대 소심하고 비겁한 자들이 찾는 공간이 아니다. 더 큰 싸움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한 곳, 불안해진 심리를 달랠 수 있는 나를 위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겨울방학은 우리가 잠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도피의 시간이 되기를.
_ 이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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