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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N수학] 피타고라스 정리 증명법만 400개...끊임없는 증명 도전 이유에 대한 상세정보
[주말N수학] 피타고라스 정리 증명법만 400개...끊임없는 증명 도전 이유
작성자 수학교육과 등록일 2023.07.05
수학동아 제공
수학동아 제공

최근 미국 고등학생 두 명이 피타고라스 정리의 새로운 증명법을 발견했다고 해서 화제입니다. 미국 뉴올리언즈 세인트 메리 아카데미(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켈시 존슨과 니카에아 잭슨이 3월 18일 미국수학학회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고 여러 매체에서 보도했어요. 그러자 미셸 오바마 전 미국 영부인, 라토야 캔트렐 미국 뉴올리언즈 시장, 미국 걸스카우트 연맹 등이 두 학생이 자랑스럽다고 SNS에 올렸습니다.

 

지난 4월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박사 출신 유튜버 ‘12 Math’는 이 소식을 영상으로 제작해 올렸어요. 구독자들은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총동원해 증명을 했다니 놀랍다’라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그 중 4명은 자신도 새로운 피타고라스 정리 증명법을 발견한 것 같다며 12 Math에게 검증해달라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사실 피타고라스 정리 증명법은 400개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원전 3세기 에우클레이데스의 '원론'에도 증명법이 있을 정도로 증명의 역사가 긴데요. 신기한 건 이번 화제의 주인공처럼 수학자가 아닌 사람들도 피타고라스 정리를 새롭게 증명하는 데 도전한다는 거예요. 왜 계속해서 새로운 증명법 찾기에 도전하는지 이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왼쪽부터 니카에아 잭슨, 리토야 캔트렐 시장, 켈시 존슨. mayorcantrell 트위터 제공
왼쪽부터 니카에아 잭슨, 리토야 캔트렐 시장, 켈시 존슨. mayorcantrell 트위터 제공

 

○ 미국 대통령도 아인슈타인도 증명 도전! 피타고라스 정리

 

먼저 피타고라스 정리란 무엇이고 누가 언제 발견했는지 유명한 증명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수학동아 제공
수학동아 제공

피타고라스 정리는 직각삼각형에 관한 성질로 어떤 모양의 직각삼각형이더라도 빗변을 제외한 두 변의 길이의 제곱 합이 빗변의 길이 제곱과 같다는 내용입니다. 기원전 5세기경 활동한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학파가 이 사실을 연구했다고 알려져 피타고라스 정리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수학동아 제공
수학동아 제공

그러나 2021년 대니얼 맨스필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수학 및 통계학과 교수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피타고라스학파보다도 먼저 고대 바빌로니아인이 피타고라스 정리를 알고 있었습니다.

 

기원전 170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점토판에 3:4:5 8:15:17. 5:12:13 등 세 변이 피타고라스 수로 이뤄진 직각삼각형이 새겨져 있었거든요. 이 점토판은 1894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출토된 ‘Si.427’이에요. 바빌로니아인들은 뭔가를 측정하거나 땅을 나눌 때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 “2달 동안 증명법을 4개 만들며 한계에 도전하는 법을 배웠어요”
캘시존슨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환경공학과 학생(왼쪽),  니카에아 잭슨 자비에대 약대 학생 (오른쪽). 수학동아 제공
캘시존슨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환경공학과 학생(왼쪽), 니카에아 잭슨 자비에대 약대 학생 (오른쪽). 수학동아 제공

미국수학학회에서 발표한 학생들은 2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피타고라스 정리 증명법을 4개 만들었는데요. 물론 오류가 없는지 새로운 방법인지 검증하는 중이지만 ‘삼각함수와 등비수열의 합’을 이용해 증명한 방법은 발표 당시 교수들에게 독창적이라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두 학생은 어떻게 증명에 도전하게 된 걸까요? 6월 2일 화상으로 두 학생을 만났습니다. 

 

Q. 피타고라스 정리 증명은 어떻게 도전하게 됐나요. 

 

A(니카에아).  "2022년 12월 3주 동안 진행된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하라는 보너스 문제가 나왔어요. 저는 20시간 정도 걸려 이 문제를 풀었는데 전교에서 문제를 푼 학생이 저와 켈시 둘뿐이었지요. 미셸 윌리엄스 수학 선생님이 저희가 한 증명에 오류가 없는 것 같다며 둘이서 증명의 아이디어를 더 많이 내면 새로운 증명법이 나올 수 있고 수학학회에서도 발표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수학경시대회에서 각자 증명한 것 하나씩 이후 함께 증명한 것까지 2개를 더해서 총 4개의 증명법을 미국 수학학회에서 발표했어요. 그중 둘이 함께한 ‘삼각함수와 등비수열의 합을 이용한 증명’이 주목받았어요."

 

Q. 증명을 4개나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켈시). "피타고라스 정리 증명법이 400개가 넘으니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서 최대한 많이 아이디어를 내보기로 했어요. 증명에 삼각함수를 이용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이라고 해서 그 방향으로 증명을 고민했어요.

 

둘이 함께 하면 다시 또 다른 증명법을 알아낼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우리 스스로의 한계치까지 밀어붙이자고 했지요."

 

Q. 함께 증명하는 데엔 얼마나 걸렸나요. 

 

A(켈시). "한 달 반 동안 하루에 3시간 정도 학교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 학교 수업이 끝나고 교실에서 화이트보드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써가면서 증명에 도전했는데요. 경시대회 1달 뒤에 집에서 종이에 생각을 끄적여보다가 갑자기 ‘이등변삼각형을 반으로 나누고 분할한 삼각형과 닮은 삼각형들을 와플 콘 모양으로 붙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다음날 학교에 가서 니카에아에게 이 아이디어를 말했고 함께 발전시켰어요."

 

Q. 중간에 막히는 부분은 없었나요. 

 

A(켈시). "직각삼각형과 닮은 또다른 직각삼각형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삼각형의 한 각을 직각으로 만들 것인지 변의 길이를 구하려면 등비수열의 합이 수렴한다는 사실을 이용해야 하는데 어떻게 수렴하게 만들 것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어려웠지요. 그럴 때마다 질문을 계속해서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했어요."

 

Q. 기존의 증명 방법도 좀 찾아봤나요. 

 

A(니카에아). "아니요. 다른 증명법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머리에 스며들어서 비슷한 증명을 내놓을 수 있으니까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어요. 증명을 다 하고 나서 똑같은 증명이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찾아본 게 전부예요."

 

Q. 미국수학학회에서 발표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A(켈시). "윌리엄스 수학 선생님이 와플 콘 증명법에 오류가 없는 것 같다고 확인해주셨어요. 이후 미국수학학회 웹사이트에 있는 ‘초록 제출’에 들어가 증명법을 발표하고 싶은 회의를 고르고 논문 초록을 제출했어요. 그랬더니 학회에서 연락이 왔어요. 정말 기뻤어요.

 

3월 18일 ‘학부 수학 및 통계 연구에 관한 미국수학학회 특별 강의’에서 발표했어요. 발표하기 전엔 아주 많이 떨렸는데 막상 발표를 시작하니까 아무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끝나고 나서 저희 발표를 들어주신 교수님들이 '고등학생인데 삼각함수로 증명한 것이 독창적'이라며 칭찬해주셨어요. 그때 저희가 생각보다 큰일을 해냈다는 게 실감나서 끝나고 오히려 더 떨었던 것 같아요."

 

Q. 증명법이 논문으로 나왔나요. 

 

A(니카에아) "발표를 들은 교수님들의 의견에 따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등 여러 대 학술지에 증명 결과를 담은 논문을 제출했어요. 현재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예요."

 

Q. 이번 경험은 각자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켈시). "한계에 도전하는 법을 배웠어요. 가끔 막히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법과 그것을 헤쳐나갈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A(니카에아). "수학 문제는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풀린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저 최선을 다해 풀릴 때까지 계속 시도하면 됐던 거죠. 또 선생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도움을 요청한다면 좋은 기회가 온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미국수학학회에서 발표한 ‘와플 콘 증명법’의 핵심 아이디어.수학동아 제공
미국수학학회에서 발표한 ‘와플 콘 증명법’의 핵심 아이디어.수학동아 제공

 

○ 증명에 도전하는 이유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때문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국 학생들의 소식이 전해지자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했다고 주장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등장했는데요. 다들 어떤 계기로 피타고라스 정리 증명에 나선 걸까요.

 

‘미국 학생들도 했는데 나라고 못 할 건 없지!’

 

최어진 씨(19)는 수학 유튜버 12 Math의 영상을 보고 자신도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3시간 정도 시도하니 증명해낼 수 있었지요. 12 Math에게 증명을 검토해달라며 메일을 보냈어요. 증명을 본 12 Math는 ‘증명에 오류는 없는 것 같지만 미국 학생들이 삼각함수를 이용해 풀었던 점이 독창적이라고 주목받았으니 비슷한 방법으로도 풀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어요. 자신감이 생긴 그는 그 방법에 도전하고 증명법을 발견했어요.

 

“교과서를 펴서 삼각함수 정의를 다시 공부해봤어요. 그 원리가 무엇일까 곱씹어보면서요. 이후 직각삼각형을 그리고 그 안에 선을 어떻게 그어야 삼각함수를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보조선을 그려 직각삼각형을 그렸더니 삼각함수를 쓸 수 있었습니다.”

 

앞서 이들보다 훨씬 어린 중학생이 증명에 도전한 경우도 있습니다. 2019년 중학교 3학년이던 강현승 씨는 사다리꼴 안에 반원이 그려진 문제를 풀다가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해 수학동아 폴리매스 홈페이지에 올렸어요. 본래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해서 주어진 변의 길이를 구하는 문제였는데 이 문제에서 반원을 지우고 사다리꼴에 보조선을 그으니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평소 한 문제를 가지고 다양하게 변형해 문제를 풀어보던 습관 덕분이지요.

 

“중학생 때 보조선을 그으면서 푸는 도형 문제를 좋아했어요. 피타고라스 정리 자체도 좋아했고요. 그러다 보니 어떤 도형 문제를 보면 보조선을 이리저리 그어가면서 다른 문제를 만들곤 했어요. 다른 길로 새다 보니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증명에 도전하기 시작했고 ‘증명하면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고 느낀점을 전했어요.

 

우리나라 최초로 피타고라스 정리의 새로운 증명법을 찾아 인정받은 수학자가 있는데요. 바로 박부성 경남대 수학교육과 교수입니다. 그는 1999년 병역 특례로 재능교육 스스로교육연구소에서 일할 때 초등학생 대상 전국 규모 수학경시대회 문제를 만들기 위해 정사각형을 자르고 조합하다 새로운 증명법을 찾아냈어요. 이 증명법은 미국 수학교육학회 잡지 '수학잡지'에 소개되고 잡지 표지(아래)도 장식했습니다.

 

박부성 제공
박부성 제공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피타고라스 정리 증명법을 낸 허남구 순천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2015년 고등학교 수학 교사로 일할 때 ‘나도 한번 해볼까.’하는 마음으로 첫 번째 증명을 2015년 교육 과정이 바뀌면서 학생들에게 기존과 다른 방법으로 가르치기 위해서 두 번째 증명을 영재 교육에서 자주 나오는 수학 정리를 보다 세 번째 증명을 해 총 3가지 증명법을 학술지에 발표했어요.

 

박 교수는 “피타고라스 정리의 증명 자체는 수학자들 사이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도형을 그리며 증명해보면서 수학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고 교육 효과를 설명했어요.

 

400개가 넘는 증명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로 허 교수는 “피타고라스 정리는 도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정리”라며 “피타고라스 정리로 닮음비를 구하거나 입체 도형의 높이를 구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기에 그만큼 증명법도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또 “교과서에서 문제해결력과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보라고 권장하고 있는데 피타고라스 정리 증명이 이에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도 많은 학생이 피타고라스 정리의 새로운 증명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허남구 교수가 보는 최어진과 강현승의 증명은. 

 

허남구 교수
허남구 교수

"강현승 씨의 증명은 딱 하나 오류가 있지만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에요. 보조선 하나를 그려서 조금만 수정하면 오류가 해결돼서 말이 필요 없는 증명으로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어진 씨의 증명은 닮음비를 이용한 증명인데 이런 유형의 증명은 이제껏 많이 나와서 독창적이진 않지만 증명 자체에는 오류가 없고 아주 깔끔해요."


허 교수의 조언을 들은 강현승 씨와 최어진 씨는 “그동안 학술지에 증명을 심사해달라고 요청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며 “미국 학생들처럼 논문으로 정리해서 심사를 요청해봐야겠다”고 포부를 전했습니다.

 

강현승과 최어진씨가 증명할 때 사용한 공책. 강현승, 최어진 제공
강현승과 최어진씨가 증명할 때 사용한 공책. 강현승, 최어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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