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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면] 인간관계로 아파하는 ‘우리들’을 위하여에 대한 상세정보
[9면] 인간관계로 아파하는 ‘우리들’을 위하여
작성자 언론사 등록일 2023.07.03

영화 <우리들> (윤가은 감독, 2015)


매년 수많은 독립영화가 세상에 나오지만,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상업영화들 사이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가빈번하다. 하지만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들>은 제작비 15천만원, 최대 스크린 수가 67개뿐이었지만 무려 45천명이 넘는 관객수를 기록하였다.평균관객수가 3천명인 한국 독립영화계 기준으론 엄청난 수치이다. 이는 자신의 어릴 때 경험을 어른의 시선이 아닌,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 그대로 전하고자 노력한 윤가은 감독의 마음이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날 것 그대로 드러나는 열한 살아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어른이 된 우리에게도 충분히 공감이 되어 다가왔다.영화 <우리들>은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 사이에서일어나는 관계의 어려움을 담은 작품이다. 늘 외톨이였던 선에게 찾아온 전학생 지아. 우연한 기회로친해진 둘은 방학 동안 서로의 비밀을 나누며 우정을 키워간다. 그러나 개학을 하자, 지아는 자신에게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선을 외면하고 선을 왕따시킨 친구들과 어울리며 선을 외면한다. 또다시 왕따가 된 선은 배신을 당했다는 분노감에 지아의 집안환경과 비밀을 반 아이들에게 폭로하고, 결국 지아또한 무리에서 쫓겨나 왕따가 된다.나는 중학교 때까지 친구관계가 그다지 원활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갑작스럽게, 이유도 모르게 내곁을 떠나는 친구들을 보며 내가 뭘 잘못한 것일까.내가 그렇게 문제인가라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으로학교생활을 했던 것 같다. 어릴 적부터 겪어온 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더 이상 상처받기 싫은 마음에혼자 지내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고, 언젠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변 사람들에게 큰애정을 주지 않게 되었다.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수많은상처 속에서 꽤나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믿어왔다.그러나 광주의 한 예술극장에서 우연히 접한 <우리들>은 나의 속을 파고 들어와 온전히회복되지 않은 그때의 마음을드러내주었다. 아이들의 모습속에서 어릴 적 내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아 영화를 보는 내내 함께 아팠다. 그러나 영화가끝나고 나니, 왠지 모르게 마음한구석이 치유된 것 같은 따뜻함을 느꼈다. 어쩌면우리는 쉽게 풀릴 수 있는 것을 자존심만 세우며 너무 어렵게 돌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상처받고 불안함으로 가득한 선이지만,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지아에게 선물을 주고, 계속해서 말을 건네는 장면이 나온다. 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냉담한 지아의 반응에 상처받는 선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는데,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용기를 내어먼저 다가가는 모습이 새삼스레 대단하게 느껴졌다.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선은 하고 싶은 말도 자신 있게 하지 못하는 소심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작고 나약하게만 보였던 열한 살의 선이 스무 살인 나보다강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어릴 때나 어른이 되어서나 관계 맺기란 여전히 어려운 숙제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우리는 외면할 수없다. 용기를 내어 그것들과 마주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오늘도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아파하고,어려워하는 모든 우리들에게 이 영화를 권해본다.



_이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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