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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면] 휴대폰이 아닌, ‘당신’의 배터리를 충전해야 할 때에 대한 상세정보
[6면] 휴대폰이 아닌, ‘당신’의 배터리를 충전해야 할 때
작성자 언론사 등록일 2023.04.05

학기가 끝나갈수록 무력하고 의욕 없다는 학우들의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큰 포부와 함께 시작한 연초와 달리 왠지 연말은 극심한 피로만이 남는다. 당장 할 일은 산더미인데, 몸 은 지쳐 주저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헤어 나오지 못한 스스로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어딘가 지친 채로 연말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어쩌면 당신은 삶에서의 탈진상태를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대인들의 고충, ‘탈진 증후군에 대해 알아보자.


탈진 증후군은 특정한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한순간 방전되어 급격한 무기력에 빠지는 증상이다. 이는 마치 모두 불타버리고 남은 연료의 심리 상태와 같아 번아웃(Burn-out)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무기력증과 심한 불안감, 자기혐오 및 분노, 의욕 상실이 있다. 특히 현대인들은 과열된 경쟁사회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강박관념을 가지면서 이러한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신의 기대치보다 미미한 성과를 내는 상황을 들 수 있다. 대학생 A는 학과 성적에서 2등이라는 우수한 순위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1등을 하지 못한 것에 자책하며 학업 의욕을 상실한다. 이는 오로지 A가 경쟁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성과여도 만족하지 못하다 보니 일에 대한 적절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대학생 B는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만족할 만큼의 글이 나오지 않자, 어느 순간 글에 대한 열정이 사라져버리고 글쓰기를 싫어하게 됐다. 이 경우에도 완벽한 성과를 내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이다가 몸이 거부해버리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렇듯 탈진 증후군은 오히려 삶에 과도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찾아온다. 스스로의 지나친 채찍질에 무너진 몸이 마지막으로 외치는 신호인 셈이다. 올해 5,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증후군에 대해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탈진 증후군은 단순히 스트레스를 넘어 수면장애, 우울증, 인 지 기능 저하, 대인관계 악화 등 다양한 질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탈진을 예방하거나 극복할 수 있을까? 그 첫걸음은 먼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간 타인이나 일에 쏟았던 관심을 자신에게로 돌리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고, 어떤 일이 즐거운지, 감정 상태는 어떤지 등 나의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까지 꼼꼼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한 일에 대한 집착을 놓고 삶과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 몸은 휴대폰처럼 소모품과 같아서 일정 에너지가 다 소진되면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휴대폰이 갑자기 방전되지 않게 종종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듯 우리의 몸도 에너지를 확인하면서 비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곧 무력한 스스로를 책망하기보단 회복할 시간을 가지라는 말을 의미한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운동이나 여행을 하는 등 그저 해야 할일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할 수 있는일을 찾아보자. 필요하다면 전문의와의 상담 및 약물 치료도 받아볼 것을 권한다. 쉴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려 온 우리, 이제는 몸과 마음이 휴식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해서라도 숨구멍을 제공해주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무적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모되고 있다. 당신의 배터리는 몇 퍼센트(%)인가?


_이새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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