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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면] “회장님, 덥지 않으세요? ···에 대한 상세정보
[7면] “회장님, 덥지 않으세요? ···
작성자 언론사 등록일 2023.04.05

여성 혐오적·성 상품화적 문화 실태 고발 및 소비 지양할 필요 있어


권력이 있을수록 여자는 따라오기 마련이지’, ‘문제 하나 맞힐 때마다 옷 한 장씩 벗기’, ‘마누라에게 이 게임을 들키지 마세요’. 당신은 근래에 인터넷을 이용하며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본 적이 있는가? 속옷 혹은 과한 노출 차림의 여성 캐릭터들이 모여 야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최근 남성을 주로 타깃으로 삼은 모바일 RPG 게임들이 여성 비하적·성 상품화적 요소를 부각해 광고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과연 위와 같은 모바일 게임 문화와 이것을 소비하는 행위가 우리에게 올바른 성 관념을 심어줄 수 있을까?

지난 928,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모바일 게임 경찰 조사를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이 게시되었다. 청원에 따르면 추석 연휴 동안 초등학생인 조카에게 스마트폰 게임을 다운받아 준 작성자는 게임 속 선정적인 장면이 아이에게 그대로 노출됐다며 황당한 심정을 느꼈다고 밝혔다. 언급된 게임은 상류사회라는 시뮬레이션 롤플레잉 게임으로 자신의 사업을 성공시킨 기업가 설정의 주인공 시점에서 상류사회의 삶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게임이다. 하지만 이러한 스토리와는 무관하게 실제 게임이 진행되는 내용과 광고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게임 속 등장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주로 남성의 업무를 뒷받침하고, 그 과정에서 특정 신체 부위를 강조하는 것으로 남성을 유혹하는 등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으로 비친다. 수위 높은 대사와 함께 그녀가 하는 일은 옷을 벗고, 남성의 장난감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더불어 광고 이미지를 보면 한 여성이 회장님, 덥지 않으세요?”라고 묻는 그림 위에 계속 일하기’-‘옷 벗기와 같은 메뉴가 나오고 이렇게 자극적일 수 있다니라는 문구로 게임이 소개되고 있다.

사례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올해 4월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 왕이 되는 자는 사용자가 서민으로 시작해 왕의 계급에 오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광고에서 표현된 것과 같이 네 여성은 섹시형청순형’, ‘성숙형’, ‘소녀형등으로 나뉘고 있으며 캐릭터도 매우 선정적인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왕이 되면 일부다처제를 체험할 수 있다는 문구 또한 성 상품화가 우려된다. 동영상으로 제작된 광고는 한층 더 노골적이다. 이는 게임 내에 탈의, 옷 찢기등 미니게임이 존재하며, ‘목욕, 뽀뽀, 마사지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더욱이 문제 되는 부분은 이러한 선정적이고 비교육적인 모바일 게임의 연령 제한이 19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은 17, 심한 경우 12세에 제한되어있어 청소년들도 이 게임의 사용자가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광고의 경우, 연령과 관계없이 각종 SNS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쉽게 왜곡된 성 관념을 심어주게 된다. 해당 게임의 리뷰란에는 이미 많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왜 여자를 장난감처럼 취급하느냐?”, “성인이 해서도 안 될 게임이 12+ 등급이라는 게 놀랍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제작사 측에서는 조금 더 즐겨보시면 게임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안일한 답변만 늘어놓는 상황이다.

지난 6월 국회에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 광고에 대해 사전 심의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아직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된 상태이다. , 위와 같은 여러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직 심의 기관이 명확하지 않고 발의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사태가 수습되지 않는 것이다.

게임은 상업적인 상품인 동시에 문화적인 자산이다. 인간의 가치관과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주는 요인인 것이다. 우리는 이 중요한 게임 문화가 더욱 악화되고 변질하지 않도록 올바른 사용자가 되어야 한다. 여성의 인권을 저하하며 잘못된 성문화를 조장하는 모바일 게임의 소비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소비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행태에 동조하며 찬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건강한 문화, 성 관념을 추구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_마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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